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날씨

2015년 2월 24일 : 2 곱하기 2는 4

 

△ 외국나가면 늘 '탈 것' 운이 좋은 편입니다. 태국 시내를 오토바이로 쌩쌩 누비며! 웨일러와 함께.

 

 

아아. 근황토크 좀 할게요. 두 발, 아니 서너발은 족히 늦었지만 일단 새해복 많이 받으셔요. 하시는 일 다 잘 되고, 가정이 고루 화목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정말 게으른 이 블로그를 잊지 않고 종종 찾아주시는 분들께는 갑절로 새해복을 많이 드리는 바입니다. 홀홀.

.

요새 꽤 많이 바빴어요. 최근 한 달 사이의 일정을 털어놓자면 이래요. 1월 마지막 주에 제주도에 있었고요, 돌아와서 하루 쉰 다음 바로 대충 환전만 하고, 태국 관광청에 가서 지도 한 장 얻어 태국으로 바로 출발. 태국에서 2주를 지내고 그 다음날이 바로 설날. 귀국하자마자 또 바로 방에서 뻗었다가 그 다음날 바로 고향으로 내려갔어요. 그 동안의 여독을 풀 셈이었는지 일주일간 방안에서 죽은 듯이 잠만 잤으면 좋았을텐데, 먹기도 엄청 먹었지요. 적어도 엊저녁, 늦어도 오늘 아침께는 올라올 계획이었는데 이 놈의 몸이 바닥에 붙은 바람에 대문 밖을 나서는데만 이틀이 걸렸네요. 그래서 오늘 오전에 있었던 취업 박람회에는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갔어야 했는데!

 

지금이 늦은 열한시가 다 되어가네요. 오늘 저녁에도 '내일 갈까? 내일 갈까?' 현관문에서 미적미적거리다가, 오늘 박차고 나오지 않으면 내일 저녁에도 똑같은 풍광을 연출할 본인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질끈 일어나 겨우겨우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서울에 '적'이 없으니 올라오기가 이다지도 힘이 드네요.

 

 

*

 

 

갑자기 저의 페이스북에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오는 여행 사진들. 게다가 대만, 제주도, 태국. 쉴 틈도 없이 주루룩 올라오는 사진들 때문인지 댓글에는 '무슨 여행을 이렇게 한꺼번에 몰아서 하냐' 라는 핀잔아닌 핀잔이 섞이기도 했어요. 정말로 저도 이렇게 될줄은 몰랐는데, 거슬러(?) 올라가자면 이래요. 첫 해외여행이 아마 고3 수능 마치고 북경. 어머니와 함께 겨울의 만리장성을 찍고 왔지요. 태산도 다녀오고요. '태산이 높다하되~' 그 태산 맞습니다. 그리고 그 해 여름에 아마 또 중국을 또 갔던 것 같고 (전공이 중국어라 어머니께서 부지런히 보내셨습니다.), 그 해 겨울에는 일본의 도쿄 디즈니랜드와 요코하마를 다녀왔습니다. 그 때만 해도 얼굴에 어린 티가 확 묻어나는 귀여운 인상이라(제 입으로;;) 일본 입국 심사를 하면서 유독 길게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있어요. "어디에 가느냐?" "디즈니랜드!" '일본 음식 뭘 좋아하느냐?" "스시!" 뭐 어쩌구 저쩌구. 같이 간 일행들이 있었는데 너만 왜 이렇게 길게 하느냐고 물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아무튼 대학 시절 내내 중국은 주구장창 찍었지요. 방학 때마다 갔었고, 학년이 차서 1년 정도 교환학생도 다녀왔고. 그리고 졸업 쯤해서 영국에 다녀왔었어요. 이것도 사연이 긴데, 아무튼 영국은 돈만 날리고 우정은 파괴된... 그리고 나서 줄곧 여행은 못 갔었어요. 남들이 여름 휴가를 해외에서 쓸때는 아마 잡지사 신입이라 휴가는 꿈도 못 꿨던 것 같고, 그 뒤로도 계속 무언가에 바쁘고 쫓기는 생활이라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조차 사치였던 시기. 바쁘고 쫓긴만큼 눈에 보이는 뭔가를 이뤄놓은 것도 아니라서 그저 허망하게 바빴구나, 싶지요. 지금 돌아보면.

 

그리고 작년 말에 회사를 계획없이 그만두게 되면서 '에라이 여행이나 가야겠다' 라는 생각보다는 '월세 어쩌지?' 라는 먹고사는 문제가 먼저 튀어나오게 되니 그저 눈앞이 막막할세. 회사를 그만두고 알바를 좀 했었거든요. '벌 수 있을 때 벌자!' 라는 생각으로 원고 편집 관련된 일을 좀 하고, 다른 회사 프레젠테이션도 해주고. 하하하. (누가 그랬어요. "굶어죽진 않겠다!"고. 칭찬인거죠?)

 

알바를 그리 길게 한 것도 아닌데, 아마 회사 그만두고 바로 다시 생업전선에 뛰어든 주인이 못 마땅했는지 온 마음이 아우성을 치더라고요. "아, 쫌, 제발, 쫌!" 여느날처럼 붐비는 2호선을 우두커니 기다리는데, 그 때 불현듯 걸린게 대만 가는 표. 5일짜리 표였거든요. 그리 여행을 원하는지 미처 몰랐기도 했고, 실직자라 예산도 그리 넉넉치는 않고, 이 정도 달래놓으면 볼멘 소리 더는 안 하겠지 싶어서. 5일 다녀오고나니 그 뒤 하루 이틀은 좋았는데, 그 후로부터 본격 실직자의 생활이 펼쳐집니다. 방바닥을 긁는 암흑의 생활. 여행 한 번 더 갈까? 이번에는 좀 더 길게? 고민할 것도 없이 다음 행선지는 태국. '카오산 로드'라는 곳을 10년 전쯤부터 꼭 가보고 싶었거든요. 사실 내 마음을 좀 속여서 싸게 싸게 먹으려고 태국 말고 더 저렴하게 갔다올 수 있는 곳으로 찾아봤는데, "태국 아니면 싫어!!!!!!!!!" 그, 그래. 아예 설날 전에 돌아오는걸로 딱 끊어놓긴 했는데, 사실 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제 여행 스타일이 그냥 가는거예요. 비행기 티켓이랑 환전한 돈만 들고. 아니, 여자 혼자 어떻게 그렇게 가요? 패키지로 갔어요? 아는 사람 있어요? 이게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인데, 다 아니요 예요. 정말로 그냥 가요. 안 무섭냐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느낌을 가져본 적이 한번도 없어서 아마 그렇게 갈 수 있는건가 싶기도 하고.

 

대만은 기껏 5일이니까 그냥 갔는데, 태국은 그래도 2주를 끊었거든요. 설날 때문에. 설날 아니면 더 오래 있다왔을텐데, 그래도 설날이니까 싶어서 설날 하루전에 돌아오는 걸로 왕복 티켓만 딱 끊어놓고는 '시간 많으니까 그래도 준비 좀 해서 가야지~" 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사이에 갑자기 어느날 밤에 답답증이 일어 방을 박차고 제주도로 달려가는 바람에, 그리고 원래는 제주에 5일정도 있을 계획이었었는데 7일을 꼬박 있었으니 정말로 태국 여행을 준비할 새가 없더라고요. 제주도 여행에서도 엄청 지쳤는데 태국을 또 갈 수 있을지 자신도 없고. 근데 태국이 지금 요 시기가 딱 성수기라고 하지, 비행기 표 취소하는 수수료도 아깝긴 아깝지... 아 그냥 가서 생각할까?

 

그래서 제주도에서 돌아온 다음날, 바로 환전하고 태국 관광청이 있다기에 찾아가 지도책을 얻었어요. 그리고는 정말로 도서관 문닫기 1분전에 쌕쌕 대면서 뛰어가서 방콕 관광책 하나 빌리고. 비행기 안에서 일정도 짜야지~ 하면서. 결과적으로는 관광책은 짐의 무게만 더할뿐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고, 역시 쓸데없이 들고 온 책만큼이나 내 걱정도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으며 정말 멋진 경험들을 잔뜩 하고 돌아왔습니다. 태국은 안 왔으면 어쩔뻔 했나! 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차례 들 만큼요.

 

설 연휴부터 오늘 내내 잠을 자고 실컷 먹었으니, 이제는 여행에 대한 목마름도 좀 가신 것 같아요. 일단은 여행을 또 가고 싶다! 라는 마음은 들지 않고, 앞으로 현실을 어떻게 꾸릴까! 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좀 아프지요. 아울러 여행지에서 신나게 먹느라 찐 살도 빼야하겠고요. 끄응.

 

사실, '잘 소화하고 있나?' 라는 생각을 할 만큼 너무 연이어서 몇 곳을 다녀왔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기도 했지만- 천천히 글을 쓰면서 읽는 분들과 함께 소화를 시켜볼 생각입니다. 잊기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