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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2월 1일 : 제법 근사한 2월의 시작

 

 

△ 김포 국제 공항. 나도 모르게 '이게 뭐야?' 나즈막한 탄식을.

 

 

지난 월요일 밤 비행기로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오늘 아침 비행기로 돌아왔어요. 원래는 그렇게 오래 머무를 생각이 아니었는데, 그저 제주도 땅만 밟아봐도 성공이라는 생각이었거든요. 별다른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전 정말 계획이 없어요 하하), 특별히 가고싶다고 생각했던 여행지도 아니었거든요. 제주라는 곳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가고, 다들 좋다고 하니까 그냥 그러려니. 다들 맛있다며 줄서는 집은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꺼려지는 타입이거든요. 저란 사람이. 은근히 남들 모르는 '레어'에 대한 욕망과 자부심이 드글드글. 레어부심인가? 후후.

 

지난 대만여행 때 알게된 사람들 중에 꾸준히 연락이 오는 분이 있어요. 계속 놀러오라고. 자꾸 어디로는 가고 싶은데, 또 다르게 잡아놓은 여행 일정도 있어서 (비행기 티켓만 달랑 끊어놓았습니다!) 예산은 빠듯하고 대만행 비행기표만 며칠내내 계속 뒤적이고 있었지요. 진짜 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나름대로 나를 위로하는 액션 정도?

 

그러다가 갑자기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 비행기라도 타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방에 누워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급하게 비행기 티켓을 검색하고 바로 예매하고 공항으로 뛰어갔어요. 정말로. 얼마나 급했는지 양말도 달랑 하나 챙기고 수건은 아예 안 챙겼더라고요. 어찌됐건 제주도로 가자!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무거나 정말로 눈에 보이는대로 배낭 하나에 담으면서도 '아 정말 가나? 이렇게 가나?' 가도 되나?'라고 계속 중얼중얼.

 

 

*

 

 

친한 친구 녀석이 지난 여름에 아는 언니와 제주도를 다녀왔는데 다녀와서 완전 연이 끊겼거든요. 버스 여행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정말로 제주 버스 여행은 할게 못된다'고. 그 말이 마음 속에 남아있었는지 꼴랑 제주도 가면서 좀 두려웠던 것 같아요. 웃기죠. 한번도 안가본 남의 나라는 덥썩덥썩 잘도 가면서, 제주도 버스 여행이 왠지 슬며시 두렵다니.

 

아무튼 아시아나 밤 비행기에 몸을 싣고, 평소에는 마시지 않는 토마토 쥬스도 한 잔 청해마시니 마음이 두근두근 하는 것이. 창가 자리를 달라고 청해 그 쪽으로 앉았는데 밖을 보니 아무것도 안 보이는거예요. 당연하지. 맙소사 아가씨야. 밤에 비행기 타고 창 밖을 내다보면 별이 보일 줄 알았나봐요. 인터스텔라를 기대한거야?

 

서울에서 제주까지 55분. 어두운 하늘을 가로질러 구름을 쑝 뚫기도 하면서 반짝 반짝하는 제주도에 도착. 늘 '제주도'하면 머릿 속에 떠올리는 이미지가 하나 있어요. 햇빛을 받아 새하얗게 빛나는 아스팔트가 드넓게 펼쳐져 있고, 양 옆으로는 야자수가 쫘아악. 그 위로 지나가는 새빨간 오픈카. 사람들이 늘 '제주도는 외국같아.' 라고 말하는 걸 들어서인지, TV에서 보여주는 이미지가 박힌건지 어쩐건지. 뭔가 공항에 딱 내렸는데 그냥 '아 사람 사는게 똑같구나.'

 

월요일 밤. 아는 이 하나없는 제주도에 덥석 내린 것 치고는 요모조모 둘러보며 여섯밤을 잤으니, 결론은 '참 잘했어요!' 네요.

머물렀던 날들중에 떠나오는 오늘이 날씨가 가장 좋아서, 너무 아까웠지만 오후에 잡아놓은 공연이 있었기에! 눈물을 머금고 돌아왔습니다.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