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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1월 25일 : 뭐? 언제? 벌써?

 

 

△ 웹툰 <선천적 얼간이들> 中

 

 

좋게 포장하면 재충전, 날 것으로 표현하자면 그야말로 잉여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 졸업하고 나름 쉬지 않고 일을 했거나, 일을 하기 위해 마음 졸이며 고군분투해 온 몇 년간의 시간에 대한 보상심리인지 뭔지, 인생에서 최대로 잉여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건강하게 잉여롭겠다!' 가 자발적 백수생활을 시작하는 포부였건만, 잉여와 건강은 애시당초 한 집 살이가 불가한 추상개념들이었구나. 그렇다면 둘 중에 좀 더 노력과 힘이 덜 드는 쪽으로. 인간이란 원래 그렇잖은가.

 

일단 생활 리듬이 정말로 불건강하게 바뀌었다. 온 몸과 얼굴에 하루가 멀다하고 뾰루지가 돋아나지만, 이걸 막을 재간이 없다. 늦게자니 늦게 일어나고 늦게 일어나니 늦게 잠드는건데, 새벽 다섯시쯤 잠들었다가 오전 열한시, 열두시쯤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자괴하고 있다. "나란 인간은 치티치티 뱅뱅 게으름뱅뱅!"

 

하루종일 컴퓨터만을 사용해서 일할수 밖에 없는 현대사회의 업무처리 시스템에 대해서, 늘 마음 한켠에 얼마간의 반감을 품고 살아가는 나란 여자. 그래서 집에서는 컴퓨터도 잘 켜지않고, TV도 없다. (그런데 왜 폰은 하루종일끼고 있는건데?) 아무튼 한달 여가 넘는 잉여 생활은 컴퓨터 없이 보냈다. 핸드폰으로 뾰록뾰록 결재하고, 아무 정보도 없이 그냥 대만도 갔다왔다. (컴퓨터가 제대로 켜져야지 뭘 보던가 말던가 하지.) 심심하고 무료한 생활의 반복. 성정이 원체 또 게으르기 때문에, 맡은 일은 꼭 하는 편이지만 맡은 일이 없다면 나같은 캐릭터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거다. 바닥과 밀착한 등딱지에서 뿌리가 내리진 않을까.

 

자본주의가 참 고맙고 무서운게, 어쨌든 제 한 몸 건사하며 스스로를 먹여살려야하는 시스템 안에서는, 몇 달간 방바닥에 뿌리를 드리우며 기거했을지라도 하루만에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젊은이가 되어, 있는 기술 없는 기술을 다 뽑아 시전할 수 있다는거다. 오늘 새벽에 잠들 무렵에는 부산이나 한 번 다녀올까, 싶었는데 일어나니 오후가 넘었고 왠지 창 밖 하늘도 찌뿌둥해(맑다고해서 크게 달라지는건 없습니다.) 방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나마 한달여를 넘기고 나니 겨우 방안에서 앉아있기도 한다는 것이 업그레이드 된 점이랄까. 물론 나의 좌식 생활에 가장 큰 공헌이 된 것은 컴퓨터다. 사람을 불러 컴퓨터를 고쳤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두서없이 뒤죽박죽하는걸 보니 아직 잠이 덜 깬게 확실하다. 오후 세시 이십분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