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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4년 10월 8일 : 이제는 떠나보내야 할 마음들

 

 

 

 

조금 전, 회사 마당을 잠깐 서성이는데 회사에 자주 오는 고양이 한마리가 담장에 다소곳이 앉아있다. 깜짝 놀랐지만 (까만 고양이라 더 자주 놀란다.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짐짓 태연한 척을 하며 "너 거기서 뭐하냐?" 말을 건네니, 꽤 높은 담장인데도 폴짝 뛰어내려와서는 나에게 다가와 살그머니 등을 부비고 사라진다. "야, 너 그러다 떨어져!" 라는 바보같은 훈수도 잊지 않았다. 혼자만의 고요를 즐기다가 그래도 아는 얼굴이라고 수고스레 내려와 인사를 해주다니. 골목길 어귀나 회사 마당에서 나를 만나 몸을 부비려 할 때마다 왠지 좀 더러워보이고 세균이 옮을 것도 같아 멀리했었는데. 괜스레 미안해진다.

 

'이런 기분도 나쁘지 않네.' 고양이를 생각하며 서있다가 회사 우편함에 광고지가 보여 치우려고 나갔더니, 두어번 같이 배드민턴을 쳤던 이 동네 사는 꼬마녀석이(축구 선수 카카를 좋아해서 우리가 '카카'라고 부른다.) 앞을 지나가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두 손을 다소곳이 모아 배꼽인사를 한다. 꾸벅. "야. 무슨 인사를 그렇게 공손하게 하냐?" 라고 핀잔을 줬더니, 몸을 엉거주춤 앞으로 숙이고 손을 흔들면서 사라진다. 피식.

 

바탕화면에 '인수인계' 파일은 만들어 놓은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채운 내용은 별로 없다. 업무는 어찌어찌 넘기면 되겠는데, 여기저기 두고 간 마음들은 어떻게 인수인계 해야할지. 고양이의 따뜻한 온기와 봄이면 피어나는 라일락, 라일락 지고나면 새하얗고 피고 떨어지는 불두화. 내 자리를 대신할 누군가가 이 공간에서 바뀌는 계절의 흐름과 피고 지는 꽃의 날들을 기억해주겠지. 고양이도 그이에게 변함없이 다정할테고. 정리, 정리를 하자.

 

 

(*) 2년 + 3개월을 머무르면서 회사 페이스북 좋아요를 6에서 503으로 겨우 올려놨는데, 능력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2년만에 회사 페이스북 커버를 바꿨다. 모든 것에서 나를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