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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4년 10월 4일 : 불꽃놀이 다들 보셨나요?

 

 

△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것 같지!"

"불로 하늘에 꽃을 그리는거야."

 

워워. 나의 말은 아니고 조그마한 아기들을 안고 나온 엄마들이 아기에게 속삭여주던 말입니다.

나는 그저 머리에서 불꽃이 일 뻔 했지요. 열받!

 

 

불꽃놀이를 한 시간 남짓 보고 왔는데, 피로가 너무 몰려오니 간단하게 쓸게요. 볼까, 말까, 볼까, 말까. 혼자보러 가기엔 지리에 자신이 없고 안 가자니 불꽃을 너무나 사랑하고. 망설이다가 개막 30분전에 급히 집을 나섰던 거 같아요. 나름 전략을 짠다고 여의나루 역이 아닌, 한 정거장 전 마포역에서 내려볼까 했는데 왠걸. 나의 전략이 모두의 전략이구나. 지하철서부터 꽉꽉 막히는 데다가 마포대교까지 가는 길은 또 얼마나 험난한지. 정말 피난길을 방불케하는 연출이었습니다. 게다가 한국사람 유명하시잖아요. 질서 안시키고 괄괄하기로. 서로 밀치고 싸우는 통에 저도 머리카락이 살짝 뜯겨져 나갈뻔 했습니다. 확 뒤를 째려보니 알아서 손을 거두더만요.

 

애기들이 엄마 품에 안겨서 발길질을 하는 통에, 자꾸 그 발이 내 몸에 닿는데 확 때려줄수도 없고 애기 발길질을 피하기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장소가 협소하고. 내가 이걸 또 왜 왔나... 하면서도 간간이 하늘로 쏘아올리는 불꽃은 참 예쁘고.

 

까페 도장 찍는 마음으로 갔습니다. 서울에서 보는 벌써 세 번째 불꽃축제네요. 첫 해에는 불꽃 축제 하는줄도 모르고 친구 녀석과 어느 대교위를 지나는데 너무 예쁜 불꽃이 펑펑. 친구가 "내년에는 남자친구랑 함께와서 봐야지~" 라고 했었는데 이 녀석은 올해 겨울에 결혼하고 "나도!" 라고 맞장구를 쳤던 나는, 올해 스코어는 0. 나도 내년에는 남자친구랑 육삼빌딩에서 편하게 봐야지~ 쓰벌.

 

아무튼 작년에 본 불꽃 축제가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용산 어느 쯔음에서 본 것 같은데 같이 갔던 친구가 이것저것 준비를 많이 해와서 난 정말 몸만 걸터앉으면 됐었거든요. 게다가 발밑에 할아버지들이 도로에서 자리를 깔고 막걸리며 수육을 자시는 통에, 옆에 있다가 잔도 받고 고기도 얻어먹고 했지요. 나중에 할아버지가 연락와서 고생 좀 했다만.

 

내년의 이맘때쯤에도 여전히 서울에 있게 된다면, 그래서 또 불꽃놀이를 보러가게 된다면 오늘도 기억하겠지요? 기억이 나려나? 혼자 잠바를 두개나 입고 심각한 표정으로 아주 작은 불꽃을, 사람들한테 치여가며 억지로 억지로 보았노라고.

 

불꽃놀이는 늘 가면 후회하지만, 안 가면 미련이 너무 클 걸 알기 때문에 가게 되네요. 자, 도장 세개 꾹. 열개 모으면 뭐 주실꺼예요. 서울씨.

 

 

(*) 친구들이 '감성녀' 라며 놀리지만, 그래도 페이스북에 오늘의 불꽃같은 감상평을 한 줄 남기는 센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