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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10일 : 가위

 

△ 좀 식상해요?

 

 

어젯밤에 오랜만에 가위에 눌렸다. 본격적으로 가위 눌리기 시작하면 끝없는 우주 밑바닥으로 내팽겨쳐지는 것만큼 굉장히 아득한 두려움이 계속 되는데, 어떻게 말로 표현할 방법을 못 찾겠지만 살면서 경험한 느낌들 중 '가장 싫은 톱 3' 정도에는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한때는 나도 '가위'는 심약하고 병적으로 예민한 사람들만이 경험하는 어떤 '증상' 같은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추운 지방으로 유학가서 극심한 스트레스와 피로 속에 가위를 자주 눌리면서 (그때는 누군가가 누워있는 내 머리채를 휘어잡고 바닥으로 내동댕이 치는 느낌으로 경험했다. 죽는 줄 알았다. 자주.) 가위에서 빨리 풀려나는 법도 나름대로 터득했다. 손가락 한마디라도 무조건 움직여야 한다. 

 

일하는척 하며 '가위 눌리는 이유' 에 대해서 찾아보니 나름의 '수면 장애'라고 한다. 스트레스, 피로, 수면부족이 주 이유라네. 난 3박자를 고루 갖췄으니 가위 눌리기에 부족함이 없구나.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내 위에 짙게 드리우고 있는 어떤 무게감 같은 것. 내가 걸어온 삶에 대한 회의감이 많이 든다.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 헤메며 걸어온 길, 앞으로는 또 어떻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말라'는 말이 신기루처럼 싱겁게 느껴진다. 지난 주말에 문득 '충실한 기록' 에 대한 다짐을 했지만, 그 다짐을 쉽사리 다짐할 수 없는 건 기록의 결과물이 밝고 상큼하고 즐겁지가 않기 때문이다. 계속적으로 무겁게 가라앉아있는 이 상태에서는 계속적으로 '우울, 피로, 권태' 따위 밖에 끄적일 게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깊은 곳에 슬픔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