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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의 시간 라는 영화 덕분에, 비로소 물의 형태를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처럼 여느 시간과는 결이 다른 어느 특정한 시간 때문에 시간의 형태를 생각해보게 된다. 네모진 다이어리의 네모난 칸칸마다 무언가를 빼곡히 써넣고 계획하고 음미하는 아주 오랜 버릇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게 있어 시간은 단연 네모난 칸의 모양이다. 테트리스 블록이 바닥부터 차곡차곡 위를 향해 쌓이는 것처럼, 내 머릿속에서 보내는 하루의 형태도 그러하다. 단 하나의 빈틈도 없는 빼곡한 하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씻고 아침을 준비하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고 정해진 시간까지 일을 하고 퇴근을 하고 또 무언가를 향해 바삐 달려가는 시간. 어제도 퇴근을 하고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다가, 배도 그리 고프지 않았는데 저녁 시간이라는 핑계를 대고 김밥집에 .. 더보기
무리는 무리데쓰 주말 출근이다. 싫은 마음을 한가득 안고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오늘따라 지하철이 참 안 온다. ('더럽 게'라고 썼다가 '참'으로 고쳐 썼다.) 늦게 오는 주 제에 몇 대는 또 그냥 역을 통과해버려서 오랜 기 다림 끝에 지하철에 올라탔다. 평일은 옆구리 터지기 일보 직전의 김밥에 올라탄 밥풀의 심정이었는데, 밥풀들이 죄다 김밥에서 내려버린 토요일 오후의 지하철 안은 제법 한산하다. 알록달록 눈이 아 픈 등산복을 갖춰 입은 아주머니 무리들과 이 더운 폭염에도 용감하게 나들이를 감행하는 가족들이 보인다. 회사를 관두기 무섭게, 계획에도 없이 올해 3월부 터 급작스레 새로운 회사를 다니게 되었으니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을 손꼽아봐도 어림 백 번은 족히 넘게 매일 같은 시각에, 매일 같은 역에서, 되도록 이면 같.. 더보기
잘 흔들린다는 것 #. 잘 흔들린다는 것 댐퍼라는 것이 있다. 한글로 ‘충격 흡수기’ 정도로 풀이하면 되려나. 그동안 댐퍼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살아왔는데, 지난 주 대만 여행의 마지막 날 시간을 쪼개 101 빌딩에 올라 댐퍼를 처음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101 빌딩의 댐퍼가 세계 유일하게 공개된 댐퍼라고 한다. 깎아놓은 밤처럼 참 이쁘게도 생겼다.) 높고 긴 빌딩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댐퍼는 커다란 구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높이는 5층 무게는 600톤 가까이에 이른다. 몇 년 전 대만에 쓰나미가 닥쳤을 때 휘청휘청 흔들리는 빌딩을 잡아준 것도 이 댐퍼다. 얼마 전 올라보았던 롯데잠실타워는 그저 ‘높다’ 는 것 외에 머릿속에 아무것도 남는 게 없었는데, 101 타워는 그 높이도 높이지만 댐퍼를 활용한 스토리텔링.. 더보기
내 인생의 눈동자 '내가 내 인생의 눈동자' 끄적끄적 노트에 쓰여있는 말.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내가 내 인생의 능동자' 라는 말을 잘못 읽었다. 누가 떠밀어서 회사를 들어간 것도 아닌데 누가 떠밀어서 불행한 것도 아닌데 자꾸만 나도 모르게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내 모습에 대한 경계로 어제 적어둔 말 '내가 내 인생의 능동자' 인데 오늘 문득 '내가 내 인생의 눈동자' 라는 말로 읽히니 고개를 끄덕끄덕 하게 된다. 그래, 내가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눈동자. 더보기
우리는 그냥 우리는 그냥 일을 하자는건데 꼭 몸 혹은 마음 어딘가를 다쳐야할까. 더보기
요리 요리는 내가 삶을 사랑하는 방식 중 하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