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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는 무리데쓰 주말 출근이다. 싫은 마음을 한가득 안고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오늘따라 지하철이 참 안 온다. ('더럽 게'라고 썼다가 '참'으로 고쳐 썼다.) 늦게 오는 주 제에 몇 대는 또 그냥 역을 통과해버려서 오랜 기 다림 끝에 지하철에 올라탔다. 평일은 옆구리 터지기 일보 직전의 김밥에 올라탄 밥풀의 심정이었는데, 밥풀들이 죄다 김밥에서 내려버린 토요일 오후의 지하철 안은 제법 한산하다. 알록달록 눈이 아 픈 등산복을 갖춰 입은 아주머니 무리들과 이 더운 폭염에도 용감하게 나들이를 감행하는 가족들이 보인다. 회사를 관두기 무섭게, 계획에도 없이 올해 3월부 터 급작스레 새로운 회사를 다니게 되었으니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을 손꼽아봐도 어림 백 번은 족히 넘게 매일 같은 시각에, 매일 같은 역에서, 되도록 이면 같.. 더보기
잘 흔들린다는 것 #. 잘 흔들린다는 것 댐퍼라는 것이 있다. 한글로 ‘충격 흡수기’ 정도로 풀이하면 되려나. 그동안 댐퍼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살아왔는데, 지난 주 대만 여행의 마지막 날 시간을 쪼개 101 빌딩에 올라 댐퍼를 처음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101 빌딩의 댐퍼가 세계 유일하게 공개된 댐퍼라고 한다. 깎아놓은 밤처럼 참 이쁘게도 생겼다.) 높고 긴 빌딩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댐퍼는 커다란 구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높이는 5층 무게는 600톤 가까이에 이른다. 몇 년 전 대만에 쓰나미가 닥쳤을 때 휘청휘청 흔들리는 빌딩을 잡아준 것도 이 댐퍼다. 얼마 전 올라보았던 롯데잠실타워는 그저 ‘높다’ 는 것 외에 머릿속에 아무것도 남는 게 없었는데, 101 타워는 그 높이도 높이지만 댐퍼를 활용한 스토리텔링.. 더보기
2018년 7월 7일 주말 아침. 밥짓는 소리와 냄새를 맡고있으면 왜 이렇게 마음이 뭉클해질까. 더보기
잃어버린 맛 : 간신히 잊지 않기를 춘천에 다녀왔습니다. 보수할 새 없이 끊임없이 꺼내쓰느라 닳고 닳아 끊어지기 일보 직전의 나를 겨우 추스려 다녀왔습니다. 춘천에 딱히 소회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어쩌다보니 춘천에 가게 되었고 어쩌다보니 춘천이 좋아졌습니다. (마음대로 갖다 붙인 뜻이긴 하지만, 봄 춘에 하늘 천을 쓴다면 좋을 것 같아요. 내 천도 좋고요. 봄의 하늘, 봄의 개울이 있는 고장.) 춘천은 잊고 있던, 바삐 사느라 잊은지도 몰랐던 많은 것들을 잇게 해준 도시였습니다. 유난히 푸른 나무들이 많이 있어서 그랬는지, 건물들이 대체로 낮고 사람이 적어 그랬는지 곳곳을 천천히 거닐며 자꾸만 '호젓하다, 한적하다' 라는 감탄이 내 입에서 쏟아졌습니다. 장마로 인해 적당한 습기를 품고 있는 공기와 공간이 결탁해 자꾸만 무언가를 만들어냈는.. 더보기
2018년 6월 3일 : 세 가지 자기 전에 문득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세 가지를 생각해봤는데 음악, 글, 요리 라는 대답이 즉각 떠올랐다. 세 가지의 세 가지 공통점은 -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사람의 힘으로 짓고 - 함께 나누는 이가 있을 때 훨씬 더 풍성해진다 - 준비과정이 긴 반면, 즐기는 순간은 뚝딱이지만 그 찰나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다 세 가지 다 조금씩 끼적대는 사람으로 살고있어 다행한 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