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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1일 : 생강밀크티 . 맑은 낯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오월. 하늘이 잔뜩 흐리고 무거운 품이 비가 한바탕 쏟아질 것 같아서 집으로 총총. 달고 따뜻하고 향긋한 것이 먹고 싶어서 두유를 따끈하게 데운 뒤, 직접 만든 생강청과 계피 가루를 듬뿍 넣어주었다. 카페에서 팔면 '진저시나몬소이라떼' 쯤 되려나. 한모금 마셨는데 너무 맛있어서 '아!'하고 소리를 질렀다. 열 잔 마셔야지. 더보기
2018년 5월 9일 하늘빛이 기특한 요즘은 집까지 천천히 걷는다. 하염없이 바라는 사람에서 비로소 바라보는 사람이 된다. 이 계절이 내게 이만큼씩이나 주는구나. 더보기
내 인생의 눈동자 '내가 내 인생의 눈동자' 끄적끄적 노트에 쓰여있는 말.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내가 내 인생의 능동자' 라는 말을 잘못 읽었다. 누가 떠밀어서 회사를 들어간 것도 아닌데 누가 떠밀어서 불행한 것도 아닌데 자꾸만 나도 모르게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내 모습에 대한 경계로 어제 적어둔 말 '내가 내 인생의 능동자' 인데 오늘 문득 '내가 내 인생의 눈동자' 라는 말로 읽히니 고개를 끄덕끄덕 하게 된다. 그래, 내가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눈동자. 더보기
행복 밤늦도록 행복이 뭘까에 대해서 오래 고민했다. 요즘 물 속에서 숨을 오래도록 참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곤란한데, 왜 그럴까에 대해서 오래 생각했다. 나는 많이 변했구나. 더보기
2018년 4월 24일 오늘 (여전히 붐비는) 지하철에서 목격한 사람들. 1. 창문을 깨려고 발버둥친 남자. 몇 차례나 창문에 몸을 부딪혀 꽝꽝대는 바람에 주위의 몇 사람이 흠칫 놀라 물러났으나, 곧 거의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내리는 정류장이어서 그 남자는 사람들 틈에 묻혔다. 유리창에 자꾸만 몸을 부딪치는 참새같았다. 참새치곤 흉악했지만. 2. 쉿-쉿 뱀소리를 내는 60대 중반의 할머니. 처음엔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으나 곧 내 맞은편의 할머니가 내는 소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어폰을 끼고 핸드폰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그녀는 중국어 공부중. 찌아요. 3. 계단에서 쓰러진 내 또래의 여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