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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어두운 의자 안에서

신카이 마코토의 <언어의 정원>


설날. 영화관은 팝콘가게라고 착각할만큼 여느때보다 농도짙은 팝콘냄새로 북적인다. <너의 이름은>에 힘입은 감독 특별전이 열리고 있어서 <언어의 정원>을 보고 왔다.

도입에서부터 나는 흠뻑 빠졌는데, 비오는 장면이나 철로의 전철 진입 장면 같은 것들이 무척 좋았다. 영상도 영상이지만 소리가 너무 좋아서 보는 내내 '아름답다'만 연거푸 반복. 나의 경우에는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와 강렬한 색채가 사용된 <너의 이름은> - 감독이 상업용 애니메이션이라고 밝혔고, 앞으로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 보다는 이 작품이 훨씬 좋았다. 등장인물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들을 둘러싼 풍경으로 이야기를 대체하고 있는데, 빗소리와 계절의 장면이 많이 담긴 것이 맘에 쏙 들었다.

내가 소리에 민감한 편이라 이런 것들이 유독 좋게 다가오는건가 싶었는데, 영화가 끝난 후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감독의 인터뷰 몇 개를 찾아보니 그가 작업하는 방식 자체가 스토리를 짠 후 소리를 먼저 입혀보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아무튼 그는 <너의 이름은>으로 세계적인 입지를 굳혔고 앞으로는 대중성을 내세운 작품들을 발표하겠지만, <언어의 정원>처럼 호흡이 느리고 둘러싼 분위기가 말을 대신해버리는 이런 톤의 작품도 종종 내줬으면 좋겠다.

송경원 평론가가 '비 내리는 풍경에 관한 거의 모든 묘사'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작품을 보고 나면 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
중학생 남자아이와 띠동갑 여쎈세의 사랑이라니. 현실의 연하남들은 저렇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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