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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어두운 의자 안에서

매기스 플랜 : 개새끼

 

어제 영화를 보러 가기 전까지는 기분이 꽤 산뜻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서도 계속 남아있는 <매기스 플랜>의 불쾌함에 대해서 한마디 해야겠다. 점심 약속 때문에 바쁘게 준비하고 나가야 하지만.

 

MBA에 뭐 어쩌고 저쩌고 직장에서 능력있고 인정받는 매기라는 여자가 있다. 그러나 그녀는 연애에서 만큼은 잘 풀리지 않고,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그녀를 6개월 이상 사랑해 준' 남자가 없다. 그런데 그녀는 아이가 갖고 싶다. 나는 사실 이 심리에 대해서 이해가 박한 편인데, 내 주위에도 '결혼은 말리고 싶지만 애는 꼭 낳아보라'고 조언하는 여성들이 더러 있다. 그녀들이 아이들과 행복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이 부분은 패스. 매기는 그래서 예전부터 알던 남자의 정자를 얻어 인공수정을 시도한다.

 

그 무렵 매기는 직장에서 한 남자를 알게 되는데, 그는 평판이 끝내주는 학자다. 그는 아내와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종이에 쏟아내며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데, 매기는 그 남자의 소설을 봐주며 그와 친분을 쌓는다. 그리고 어느날 유부남이 매기를 찾아와 '당신을 사랑한다. 불행한 결혼생활은 하고 싶지 않다'며 사랑을 고백한다.

 

영화는 그 뒤로 3년이 흐른 겨울을 보여준다. 매기는 그 남자와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아이도 있다. 그러나 그 남자는 가정을 돌보지 않은 채 여전히 소설에만 매달리고 있고,  시도 때도 없이 전처와 통화를 한다. 매기는 새로운 아이와 그와 전처 사이의 아이들을 돌보며, 자기 일도 꾸려나가는 각박한 일상에 시달린다. 매기는 행복하지 않은 결혼을 후회하며, 전처를 찾아가 '남편과 재결합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는 전처와 매기는 함께 상황을 꾸며, 전처가 남편과 다시 화해할 수 있도록 한다. 영화의 엔딩에서 전처와 매기, 남편은 즐겁게 스케이트를 타는데, 스케이트 장에 매기에게 정자를 제공해 준 남자가 등장하며 매기는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사실 매기의 아이는 그의 아이다.

 

이거 뭔. 그러니까 남편은 지 감정이 뭔지도 모른채 그저 불안한 아이처럼, 결혼생활에 싫증이 나 이혼을 했다가 이혼을 해서 살아보고 나니 또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보이고 이게 사랑이 아닌 것 같네? 라며 전처에게 돌아간다. 차라리 제 발로 돌아갔으면 개새끼, 한마디 듣고 땡인데 전처와 매기가 만들어 준 상황에 퐁당 빠져 실컷 즐겨놓고는 '너희들이 놓은 덫에 걸렸다'며 악랄한 두 여자를 욕한다. 그리고는 결국 전처에게 돌아가서 '나를 나보다 더 잘 아는 건 당신밖에 없군' 이라는 병신같은 말을 한다. 나는 이걸 보다가 '개새끼가...' 라는 욕을 햇는데, 하루 지나고 보니 제일 욕 먹을 것은 매기 아닌가 싶다. 나같은 관객들이 욕을 할까봐 감독은 매기의 입을 빌려 '나는 그래도 내 삶을 충실하게 살고 있어' 라는 독백을 날리게 하는데, 그냥 매기는 유부남과 잠자리를 갖고 몇 년 살다가 안되겠다 싶으니 그 남자를 반품한 바보일 뿐이다.

 

매기는 영화 초반에 정자를 제공 받는 남자에게 '친권은 내가 다 가졌으면 좋겠다'고 못을 박는다. MBA도 나오고 어쩌고 저쩌고 똑똑한 여자이면 뭘하나. 그녀가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하려고 했으면 자식에 대한 친권을 주장했던 것처럼 사랑에 대한 권리도 주장할 줄 알아야지. 단지 그가 전처와 하루에 몇 시간 통화를 하는 모습을 무력하게 보고 있다가 '당신은 아직도 그녀를 사랑한다'며 울먹이고는 전처를 찾아가 재결합 하라고 하는게 전부이다. 전처 자식을 돌보고 먹일 필요도 없고, 전처와 하루에 몇 시간 통화를 하는 것을 허용할 이유도 없다. 자기가 보모 역할을 자처하다 지쳐 나가떨어 진 것 뿐이다. 왜 그레타 거윅은 이렇게 진부한 스토리의 영화에 출연했을까. 나는 그녀의 똑부러 지고 당찬 모습을 좋아했는데, 이건 그저 눈물 질질 짜는 무력한 바보 멍청이의 여자 모습일 뿐.

 

내가 요즘 들어 생각을 바꿔 먹은 , (정확히는 어제) 사실 하나가 있다. 그간 나는 나보다 훌륭한 남자를 만나서 나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길 바랬는데, 내가 훌륭하니까 그냥 훌륭한 남자를 만나야겠다. 뭐 누가 얼마나 잘나서 누가 누구를 메워주고 보듬어 주나. 그냥 다를 뿐이다. 여행 다녀와서 엄마에게 '나 이제 결혼을 해보려고' 라고 했더니, 엄마가 '이제야 그런 생각이 들었냐' 라고 했다.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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