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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들

냉면 성애의 계절 눈 소복 내린 겨울이야말로 본격 냉면 성애의 계절. 요즘 성지순례를 다니고 있다. 심지어 혼자 잘 다닌다. 어제는 서북면옥, 오늘은 정인면옥.정인면옥에서는 메밀 50%와 메밀100% 두 가지를 주문했는데, 내 입에는 메밀 100%인 순면이 훨씬 구수했다. 역시 난 맛을 아는 여자인가봐. 마포 쪽에 뚫을 곳은 두 군데. 북한식 정통 냉면을 한다는 과 . 전자는 시큼하고 후자는 한약맛이 난다는 것이 특징이란다. 아, 겨울은 그저 평양냉면과 함께 후루룩 삼켜버려도 좋을 계절이다. 더보기
시청 <깡장집> 시청 부근에 볼일이 있을 때마다 일부러 꼭 들리는 깡장집. 식사 때가 아닐 때 들리게 되니 늘 가게는 텅 비어있다. 내가 주문하는 메뉴는 언제나 백순두부. 일전에도 한 번 이곳에 대해 쓴 적이 있는데, 난 이 곳 아주머니를 참 좋아한다. 낭랑한 목소리에 선한 마음이 담뿍 묻어나는 고운 분이다. 주방 아주머니들에게도 '언니 언니'하며 주방 일을 잘 도와주신다. 이 집 뜨끈한 백순두부 맛의 비결은 아주머니 목소리를 끼얹어야 비로소 완성된달까. 오늘도 역시 나는 식사 때가 아닌 애매한 시간에 들리게 됐다. 가게는 텅 비어있다. 아주머니가 살갑게 따순 물을 내주고는 꼿꼿이 앉아 책을 참 열심히도 읽는다. 그 모습이 하도 예뻐서 흘끔흘끔 곁눈질을 하다가 - 내가 중년 사내가 아닌게 퍽이나 다행이다 - 저 낭랑한 .. 더보기
정인면옥 평양냉면이 그리운 날씨. 네, 비오는 겨울밤입니다. 지금 잠시 몸담고 있는 곳은 강남이라 유명 평양냉면집들의 분점이 많다. 우래옥 강남점도 여기서 버스타고 몇 정거장이고, 을밀대 강남점도 가깝다. 더 찾아보진 않았지만 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추위와 비바람을 뚫고 가서 한 젓가락 신나게 말면 없어질 냉면 한 그릇이 만 삼천원이라는건 어째 납득하기 어렵다. 어느 누구는 '스파게티가 한 그릇에 만, 이만원 하는 것은 당연하고 냉면은 비싸다고 생각하는 건 사대주의' 라고 이야기 했던 것도 같으나, 아무튼 냉면 한 그릇에 한 만원 이상을 쓰고 싶진 않다. 우리 동네에도 유명한 냉면집이 있는데, 나는 어째 그 집 맛있는 줄은 몇 번을 가도 잘 모르겠더라. 문득 얼마전에 구로구 오류시장 쪽에 오래해온 평양냉면집이 .. 더보기
베리커리 베이커리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 원초적인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쉬이 대답을 할 수 없는 것도, 3초 정도는 이맛살을 딱 지푸리고 고민하게 되는 것도 먹는다는 것이 삶 속에서 묵직한 무게를 가지기 때문이겠지요. 얼마전 펼친 어느 책에서 '우리는 맛있는 것을 천천히 먹기 위해서 태어났다' 와 비슷한 문장을 읽었는데, 읽으며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 유명한 매슬로우의 피라미드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자아실현은 저만치 밀쳐두고, 가장 밑바닥을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는 먹고사니즘이 삶의 이유라지 않겠습니까. 옳다쿠나! 맛의 아우라! 맛의 오로라! 베리커리 베이커리는 오늘 점심무렵 눈에 들어온 작은 빵집입니다. 귀여운 앙버터가 앙증맞게 놓여있는 그 모습을 점심 후에도 줄곧 잊지 못하다가, 결국 뛰어가서 두 .. 더보기
잠원동 봉평고향메밀촌 '농협에서 직접 공수받은 메밀만 사용합니다' 농협에서 공급하는 메밀이 어떤지 알 길이 없으나, '농협'과 '메밀'의 찰진 조합에 가던 발걸음을 다시 뒤로 되감아 식당에 들어왔다. / 한 분인가요? / 꽃분입니다. 물론 그리 답은 못하고 고개만 끄덕거리는 저녁. (+) 생각보다 대단한 녀석이 등장했다. 더보기
문경올드 워허. 오늘 근사한 돈까스집을 소개받았다. 돈까스 맛있다고 했더니, 되려 사장님이 깜짝 놀라며 / 이게 맛있다고요? 나도 깜짝 놀랐다. 실력이 없어 재료라도 좋은걸 쓴다는, 겸손이 아닌 사실을 얘기하는 듯 덤덤한 사장님은 돈까스는 여기까지가 한계지만 함박스테이크에 사활을 걸고 연구중이라고. 왜 함박스테이크냐고 물어보니, 중2때 명동에서 2백 얼마주고 먹은 함박스테이크 맛을 잊을 수 없어서 그 맛의 재현을 위해 연구, 또 연구 중이시라고. 어디까지 연구하셨냐고 하니 지금은 60점. 그래서 함박스테이크 가격을 싸게 받고 계시단다. 몇 점되면 자신있을꺼냐고 물었더니 90점. 그때되면 가격 올리실꺼냐고 또 물었더니 아마도 끄덕. 나도 참 질문 많은 손님이야. 조만간 60점짜리 함박스테이크를 함박 웃으면서 썰어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