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날씨

2014년 1월 21일 :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대구집에서 출발해 서울에 있는 회사까지 출근시간을 맞추려면, 새벽에 어떻게든 일어나야 합니다.

 

 

 

혹시 눈치채셨을지 모르겠는데, 알람시각을 똑 떨어지는 5의 배수로 맞추지 않는 것이 저의 큰 비밀입니다. 또 하나의 비밀은 진열된 물건을 집을 때 꼭 두번째껄 집는다는 건데, 이 역시 저의 큰 비밀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만, 어머니와 마트에 갔을 때 너무나 당연하게 두번째 것을 집어 나에게 건네주시는 모습을 보고, 어쩌면 '나만의 비밀'은 '나만 비밀' 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한 문장에 쉼표가 몇개나 있는거냐!) 

 

그 밖에도 맛보다는 색으로 음료를 즐겨 마시는 것 (늘 붉은색 음료를 마시죠), 매니큐어를 왼쪽 손에만 바르는 것 등이 저의 비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비밀이라고 해놓고 여기 술술 적고 있지만. 아무튼 나의 다른 버릇들은 타인이 이미 눈치채고 있다는 사실을 나만 눈치를 못 챈것일수도 있지만, 알람시각만큼은 정말 고유한 혼자만의 비밀입니다. 비밀이겠죠? 굳이 내 핸드폰을 뒤적여 알람을 몇시에 맞추나...까지 궁금해하는 타인은 없으니까요.

 

굳이 왜 애매한 시각을 고집하느냐, 물으신다면 글쎄요. 남들 다 일어나는 시각에 일어나기 싫다는 혼자만의 자존심? (풉) 아무튼 00,05,15 요렇게 똑 떨어지는 것 보다는 다양한 숫자를 사용하는 것이 시각적으로도 맘에 들고 말이에요. 홍홍홍.

 

 

오늘밤은 자고 가  

 

혼자 야릇한 소제목을 붙여보면서 낄낄. 고향집은 대구이고 현 생활의 근거지는 서울이라, 떠나기 하루전이면 늘 갈등을 합니다. 저녁에 일찍 올라가서 푹 자고 출근할까, 하룻밤이라도 더 고향집 장판에 지지고 있을까. 자고간다고 결정을 하면, 보통 이른 6시 18분 KTX에 몸을 실어야합니다. 그래야 8시 55분쯤에 출근도장을 겨우 찍을 수 있거든요. 6시 18분 기차에 몸을 실으려면, 적어도 5시 45분쯤에는 집에서 나서야 하구요. (부모님이 태워주셔야 가능하고, 혼자 버스나 택시를 탈 경우에는 더 빨리 나와야죠.) 

 

다음주가 설이지만, 이번에 굳이 월차까지 하루 붙여가며 금요일 저녁에 부랴부랴 대구를 내려간 이유는 음... 의리 때문이라고 해둘게요. 엄마가 2주간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떠나셨고, 집안엔 차려주는 밥 아니면 먹지를 않는 어여쁜 남동생과 (한번씩 정말 욕이 올라올때가 있습니다) 김치 한 개로 일주일 내내 밥을 먹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어머니가 여행 떠나기 전 '꼭 집에 들러다오' 라고 부탁을 하셨고, 아버지가 하루에도 다섯번 이상 전화가 와서 '오지마라. 오지마라.'를 외치는데 어찌 안갈수가 있겠습니까. 아버지는 늘 하고싶은 말을 반대로 하시거든요. 와달라는 간곡한 부탁으로 접수했습니다.

 

엊저녁에 대충 밤기차를 타고 올라갈까, 아니면 내일 새벽에 갈까...를 계속 고민하면서 미진한 오후를 보냈습니다. 별것도 아닌데 늘 이런걸로 생각을 부담으로 만들곤 하는게 특기거든요. 머뭇머뭇하다가 밤이 되었는데, 자정께나 서울에 도착해 추운 골목길을 걷기가 싫어서 새벽기차를 택했습니다. 잠 못자는건 각오해야지요. 늦잠자면 땡이니, 그 부담은 이루 말할수가 없답니다.

 

게다가 감기기운이 있던 아버지가 -혼자서 밥 차리고, 빨래하고, 동생이 먹고 쌓아놓은 설거지하고 일도 나가야 하니 몸살이 날만도 하네요- 밤부터 열이 많이 오르는 바람에, 일찍 안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아버지에게 뜨끈한 물도 드리고, 생강과 유자를 갈아서 드시게 하고, 배에 핫팩도 붙여드리고... (앗! 이렇게 써놓으니 흡사 효녀같잖아?) 괜히 아버지 이마를 짚어보며 자상함 시전 했습니다.

 

 

 

아버지, 걸스데이를 듣고싶었던가요

 

늦잠자면 끝! 이라는 생각때문에 자정 넘어 누워 선잠을 자다가 새벽 4시에, 심장발작하듯 벌떡 깼습니다. 이렇게 깨면 진짜 안 좋은건데... 다시 잠들면 도저히 못 일어날 것 같아서, 가만히 누워서 자는둥 마는둥 하다가 5시가 되어 자리털고 일어났어요. 아버지가 바로 전화로 깨우네요. (저희집 구조상, 가족끼리 할말은 전화 또는 카톡으로 합니다. 서로 간의 거리가 좀 멀어서요. 그렇다고 구준표 집처럼 어마어마한 궁궐은 아닙니다.) 몸살땜에 끙끙 앓으면서도, 딸래미 역에 데려다주려고 일찍 일어난 아부지.

 

아빠가 USB에 노래를 좀 담아달라셨는데, 요즘 노래를 담으려니 영 석연치 않아서 검열에 검열을 몇번이나 거치고 넣어드렸어요. 요즘 노래가 왜 그렇게 야리구리한게 많은지... '조금 이따 샤워해', '짧은 치마', '내 다리를 봐' , '꾸리스마스' (안들어봤는데 꾸리한 노래인거니?) ... 아무튼 이거빼고 저거빼고 하다가, 그냥 요즘 한참 듣고 있는 B 1 A 4 전집을 넣어버릴려고 했지만 유재하, 산울림, 들국화, 김창완 밴드 정도로 넣어드렸습니다.

 

캄캄한 새벽, 아버지와 차를 타고 역으로 달리는데 아버지가 노래를 틀었고 마침 유재하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새들이 소곤 꽃들이 수근 우리들의 사랑에 질투라도 하는가 봐요~♪

 

"아부지, 이 노래 80년대 노래야."

"..."

 

별 관심이 없으신가봅니다. 요즘 이수근씨 뭐하나, 이런 생각을 문득하면서 역으로.

 

 

 

허허. 가는 길은 편하게 두다리 쭉뻗고 자자~ 싶어서 순방향 창측으로 예매했는데 왠걸, 떡하니 동반석입니다. 매우 당황한 표정으로 앞의 여자에게 차량 번호를 재차 확인했는데 맞다고 하네요. 아 정말, 나란 여자. 창 밖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아버지는 무슨일이냐고 전화가 옵니다. 하는 수 없이 앞의 여자랑 미묘한 다리 자리 싸움을 펼치면서 잠이라도 자보려고 눈을 꾹 감았지만 1시간 지나도 잠은 안오네요. 쩝.

 

서울은 역시나 눈이 많이 쌓였네요. 어저께 대구에서도 간간이 눈발이 흩날릴 정도였으니까요. 자, 다시 출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