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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4년 1월 15일 : 난 자꾸 말을 더듬고 잠드는 법도 잊었네

 

 

먹고 마신 어젯밤의 흔적들. 둘다 술에 잔뜩 취해 선배와 마트에서 옥신각신했던 일이 생각난다.

초코송이, 초코칩쿠키, 허쉬초코렛, 트윅스, 커피 아이스크림 (술김에 초코인줄 알았는데 커피) 은 지켜냈는데 선배와의 몸싸움 끝에 지켜내지 못한 씨리얼, 칸쵸, 초코 붕어빵... 잘 있어. 초코야.

 

 

* 기억력이 너무 좋다. 술이 취해 그 다음날을 대부분 온전히 기억하는 건 참 웃기고 씁쓸한 일이다. (타인의 허물을 어쩔 수 없이 알게 된 죄스러운 느낌인데다가, 아무도 같이 웃어줄 사람이 없다.)

 

* 술을 싫어한다. 그리고 잘 못마신다. 그래서 잘 못마신다. 

분위기를 맞춘답시고 맥주잔이 넘치게 찰랑찰랑 부어주는 소주를 원샷했더니, 그 뒤로 다리가 좀 꼬이기 시작한다.삼겹살집에서 1차를 끝내고, 2차를 위해 마트에서 먹을거리를 좀 산 뒤 다시 2차 시작. 그 독한 산삼주를 또 무슨 오기에 들이붓고는 춤을 추고 막 웃다가... 갑자기 유재하 노래가 나와서 응앙응앙 울었다. 술 먹고 우는 추태라니. 이게 다 유재하 때문이다. 집에 가는 내내 "암행어사 출두요!"를 외쳐댔는데, 나 왜 그랬을까.

 

* 눈을 번쩍뜨니 다행히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속쓰림을 달래줄만한 약을 몇 알 챙겨먹고 냉장고를 뒤적여 요구르트 500ml 짜리를 손에 꼭 쥐고, 내가 로션을 발랐는지 안 발랐는지 깜빡깜빡 정신을 놓는다. 아직 덜 깼구나. 천천히 걷고 더 일찍 출근하고 싶어서 - 술 먹고 늦게 출근하면 괜히 눈치보이니까 - 좀 일찍 나와서 천천히 걸었다. 으 속쓰려. 그 와중에 혼자 굳건히 집을 지키고 있는 아빠에게 모닝콜도 넣고, 어제 술 먹은 영수증도 챙기고 할 건 다했다.

 

 

잔에 담긴게 소주다. 힘들었다. 내 앞의 분도 힘들어 보이긴 매 한가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