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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매일의 얌,채식

콩나물 김치국 : 전주 삼백집 싸다구를 후려쳐보자!

지난주에 전주 다녀왔거든요. 한옥마을 '삼백집'이라는 곳이 유명하다고 해서 아침부터 줄 한참 서서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허영만 <식객>에 등장한 집이라고 하네요. (포스팅은 나중에.) 아무튼 날은 엄청 춥고 따끈하게 먹었던 콩나물 국밥 생각도 나고, 뭐 먹을지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도 못 정하고 눈에 보이는대로 사서 나왔습니다.

'오늘은 뭐 먹지.' 주부들의 하루에 세 차례 하는 고민을 일주일에 딱 한번 하면 되지만, 이마저도 늘 어렵네요.

 

참. 요리 배경은 회사입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일주일에 하루씩 돌아가면서 밥을 하거든요. 저는 금요일 당번입니다.

'몹시 게으르다'고 해놓고 요리 포스팅이 많은 편인데, 집에서는 왠만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한달에 가스렌지를 한번 정도 켜면 양반입니다.

 

 

 

 

마트에서 사온 콩나물, 계란, 두부. 3대 마트 필수품. 그리고 처음 사본 무순. 뭔가에 쓰일 수 있지 않을까. 콩나물 국밥을 해볼까 라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끓여본 적이 없어서 그냥 맑은 콩나물 계란국 정도 생각하고 집어왔습니다.

 

아무리 귀찮아도 멸치 육수 우려내주시고~ 이건 저의 요리 포인트인데, 이것도 나름 아이디어라면 아이디어지요. 채반에 멸치육수를 우려요. 멸치 그냥 우렸다가 일일이 다 빼기 귀찮아서. 이런 쪽으로는 머리가 매우 잘 돌아감! 게다가 저 날은 콩나물까지 푹 삶아줘야해서 채반 아래에는 콩나물을, 위에는 멸치를 넣고 함께 우리고 있습니다. 크흡! 난 천재인가.

 

 

 

 

후두루 짭짭. 육수 우리면서 '오늘은 과연 어떤 국을 끓일 것인가' 고민해봅니다. 두부 쫑쫑 썰어넣고, 계란 풀어 맑은 국을 끓여볼까... 그러나 뭔가 내키지 않는다. 냉장고야 도와줘. 정말 냉장고는 내 편인듯. 아주 잘 익은 신김치 한포기가 이쁘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끓여본 적인 없지만 콩나물 김치국에 도전한다. 도전! 김치를 잘게 썰어둡니다.

 

 

 

다진 마늘도 준비해놓고. 육수가 팔팔 끓기 시작하면 준비해둔 김치 + 김치국물을 알뜰하게 털어 넣습니다. 부글부글. 그래도 뭔가 맹숭하죠?

 

 

 

 

흡사 순두부 비주얼을 뽑내는 계란을 넣습니다. 계란 넣기 전에 한참 국을 끓이고 있으니 선배가 쓱 들어와서 "우왕! 내가 좋아하는 국이당!" 합니다. 계란을 넣으려고 하자 "뭔 짓이야." 하면서 나를 강하게 저지. "넌 참 퓨전을 좋아하는 것 같애. 그렇지만 기본도 안되있으면서 퓨전을 시도하면 어쩌고 저쩌고." 가볍게 무시해주고, 계란을 잘 풀어서 둘러줍니다. 절대 젓지 마세요.

 

삼백집 콩나물 국밥에 반숙 계란프라이가 하나 들어있는데, 그게 참 별미더라고요. 고소한 것이~ 그래서 계란을 한번 넣어봤는데 꼬슬꼬슬, 순두부의 식감과 맛이 나서 좋았습니다. 마지막에는 빨리 익는 무순을 넣어주시고 간을 보고 약간의 소금 + 고춧가루 간 해주시면 됩니다. 약간 슴슴한가 싶었는데 일부러 더 간을 하지는 않았어요. 짜질까봐. 나중에 먹을때보니 딱 알맞더라구요.

 

 

선배가 해내라고 해서 함께한 닭 볶음. 내 맘대로 레시피였는데 맛이 또 괜찮았어요. 참 정말 나란 여자.

 

 

 

 

 

잡곡밥과 함께낸 콩나물 김치국. "엄마가 옛날에 해주던 김치국 맛이 난다."는 호평을 들으며 성공적인 마무리. 원래 비주얼이 더 예쁜 남의 국이 있었는데, 거기다 대고 차마 사진 찍을 용기는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