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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나 꽃한송이만!

어제 피곤한 몸을 이끌고 꽃시장이 파할무렵 엄마와 꽃을 사러 다녀왔었죠. 엄마는 카네이션의 한 종류인,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 제법 우아한 분홍색을 골랐습니다. 어제까지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지만, 오늘 아침 일어나니 어제 사온 꽃 한송이를 방에 꽂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엄마에게 아무말 안하고 신문지에 둘둘 말려있는 녀석들 중에 하나를 슬그머니 빼낼 수도 있었지만 웬지 엄마에게 당당하게 꽃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싶었습니다.

'어무이. 나 꽃한송이만'
'안돼'
'내 방에 꽂아놓게 딱 한송이만!'
'안돼'
'한송이만~~~~'
'안돼'

보통 나의 조르기 신공은 두번만에 끝나지만, 오늘은 세번 연거푸 졸라도 안 주시더군요. 꽃시장의 아저씨도 한송이만 팔라고 하면 이렇게 세번이나 거절할까요. 한송이만 팔라고 세번이나 조르면, 아마 한송이만 팔지 않을까요! 꽃시장 아저씨보다 독한 우리 어무이.

최후 필살기로, 나는 엄마에게 성서구절을 들어 말했습니다. '엄마는 나쁘다. 맨날 성서읽으면 뭐해. 거기 보면 양 99마리 있는 놈이 한마리 못 뺏아가 안달났다 하더만. 꽃 두단이나 있으면서 한개도 안주고!'

결국 내방에 꽃은 없네요. 쩝. 꽃병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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