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_')()()()/머리

나에게는 옷보다 추억이 소중하니까.

연애는 인륜지대사 인가. 곰곰.

어제 오랜만에 나의 근황을 묻던 친구놈 하나가 어김없이 묻는다. 몇달만에 만난 친구녀석도, 1년만에 만난 친구녀석도, 심지어 3~4년만에 만난 친구녀석도 어김없이 묻는다. '야 연애는 잘 되가냐?' 나도 그랬던가. 띠용. 게다가 최근에는 외갓집 어른들까지 가세해서 물어보시니, 나이가 꽉찬 처녀들의 심정이 벌써 이해가 간다.

여자애들이랑 만나면 예외없이 연애가 입에 오른다. '이 사람 만나도 될까?' '얘가 나한테 무슨 맘인지 모르겠어.'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이런 질문이 나오면 그 앉은 무리중에 '나 연애 좀 해봤어' 라는 언니가 강의를 시작한다. 남자가 이렇게 할때는 니가 이렇게 하고, 또 니가 요래요래 해야지 남자가 어찌어찌... 나는 말없이 앉아서 귓구멍만 후비적 거린다.

글쎄. 불과 1여년전만 해도 연애이야기라면 귀를 쫑긋거리며 들었던 것 같지만 이제는 뭔가 심드렁하달까. 어차피 연애라는건 두사람의 문제고, 옆에서 아무리 뭐라고 한들 당사자는 하고싶은 얘기만 하고 듣고 싶은 얘기만 듣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어줍잖게 건네는 충고가, 사실은 그 연애대상을 잘 알지도-대부분 얼굴한번 마주한적이 없는-못하면서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건 굉장히 무례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 뒤에는 말을 아끼게 되었다. 자꾸 나에게 '넌 어떻게 생각해?' 라고 물어보면, 최선을 다해서 한마디를 던질 수 밖에 없다. '남들 말 보다는, 네 스스로 결정해라.' (뭔가 친구를 수긍하게 만들면서, 많은 말로 시간을 채우지도 않고, 나를 굉장히 사려깊은 여인으로 단박에 만들어 줄 수 있는 간지 어록!)


* 요 몇주간 새벽 세네시까지 전화로 나를 끈덕지게 괴롭히던 내 친구 녀석이 오랜만에 연애를 시작했다. 남자친구를 잠깐 볼 기회가 있었는데, 안면근육에 힘이 바짝 들어가 표정관리가 안되는 친구를 보니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아하하하, 이녀석이 이런면이 있었네!  -> 고찰 1. 연애는 재발견이다.


* 하하하 김○ 선생님의 다이어리 中
 
이걸 읽다가 웃으며 울수밖에 없었는데, 다음 장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어서 내 가슴을 찢어 놓았다. '얘들아 중국어는 쉽고 재미있는 과목이란다'  -> 고찰 2. 연애를 할 수 없게 만들어진 사람이 있다. 바로 김 * . (으하하하, ○사마님. 농담이라도 이런말은 가슴아프니 올해는 아무쪼록 연애+결혼+득남 3종세트를 단큐에!)


* 아무튼, 어제 친구놈 덕에 나는 잠시 잊고 있던 내 연애근황을 브리핑을 하게 되었다.

'연애 왜 안하노'
'아 뭐 그냥 지금은 별 생각없다'
'에헤이~ 그럴리가'
'그럴리가는 무슨 그럴리가. 임마. 니는 맨날 연애하나'
'어.어제 900일이었다'
'헤어졌다매?'
'뭐 말처럼 쉽나.'
'그런가?'

친구는 니가 외계인이라서 헤어졌냐는 그런말을 꺼내고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다른 화제로 방향을 틀었다.
-> 고찰 3. 연애의 맛을 보고나면, 헤어지기 보다는 헤어나오기가 어렵다.


* 요즘에는 고객들과의 소통공간의 역할 이외에는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는 나의 미니홈피. 그 아이의 흔적은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많은 것들이 생각나 싹 밀어버렸다. 한사람을 생각하며 쓴 글들과 한사람을 생각하며 찍은 사진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다 나는 좀 난감한 기분이 되었는데, 추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는 이런 아리까리한 상태와의 봉착이 두렵다.

안네 프랑크가 일기에 이렇게 써놨거든.(남의 일기를 훔쳐보는건 도적질이라, 신문사설에서 읽었다.난 결코 남의 일기를 읽지 않겠어!) '...난 옷보다 추억이 소중하거든.' 그래요. 옷보다 추억이 소중하지만, 가끔은 그 무게가 견디기 힘들때가 있어요. 옷보다 추억이 더 무겁거든요.

주제없는 글은, 연애에 대한 나의 논지를 피력하며 마치겠다.

연애는 최단시간에 누군가를 나의 세계 가장 가까이, 그리고 최단시간에 누군가를 나의 세계 가장 먼곳에 데려다 놓는 과정이다. 끝.

'('_')()()() > 머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 꽃한송이만!  (0) 2010.04.08
여덜씨에 만나요  (0) 2010.04.08
장난은 본질에 다다르지 못하는가  (0) 2010.04.02
아무래도 혼자가 편한 몇 가지  (0) 2010.03.31
아가야,  (0) 2010.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