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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가슴 : 에 밑줄하나

일곱. 여물게 씹어라!

천양희 시인의 <밥> 전문을 옮겨볼까요.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권태로워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시간에 쫓겨, 또 허기에 쫓겨 목구멍으로 채 씹지도 않은 밥을 꿀떡꿀떡 삼킬때면 외할머니의 한마디를 피해갈 수 없습니다. '천천히 무라!' '여물게 씹어라!' 천천히, 여물게 씹어야 할것이 여기 또 있다고 천양희 시인이 말해주네요. 궁지몰린 마음도 꼭꼭 씹으면 단물이 나올라나요? 이런 생각하고 있는 아침에, 문득 외할머니께서 상위에 올려주던 고봉밥 생각이 퍼뜩 납니다. 히말라야 설산의 고봉峯처럼 느껴지던 허연 밥알들! 너무 많다, 다 못먹는다...수저도 뜨기전에 투덜거릴라치면 벼락같은 한소리 듣게 되지요. '이게 뭐 많다고 다 못묵노. 다 무라. 무보면 얼마 안된다!'

궁지몰린 마음은 쓴맛나서 싫다고 투덜거리면, 외할머니 한소리 또 듣겠지요? '이게 뭐 씹다카노! 다 무라. 무보면 얼마 안씨다!' 외할머니가 괜찮다면 괜찮지 싶습니다. 수저 한술 한뜬 놈이 무슨 맛을 알겠습니까? 히말라야 설산보다 높을 삶의 고봉峯들을 몇백 몇천그릇이나 비워낸 '전문 삶악인'의 말씀이니 그저 따를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