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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고양이의 앙갚음(?)

이틀전인가. 마당에서 버너를 켜놓고 파프리카를 굽고 있는데 노릇한 냄새가 진동을 했던지 고양이 한놈이 내 곁으로 스스르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우리동네 고양이들은 겁도 없어서, 신발장을 열면 그안에 들어앉아있거나 음식물쓰레기통을 함부로 열어서 뭘 파먹거나. 여튼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황금색 눈동자로 날 빤-히 쳐다보길래 기분나빠하면서 '야!'하고 소리를 빽 질렀더니 날 한참 지그시 쳐다보더니 슬금 꽁무니를 내뺐다. 난 고양이를 몹시 몹시 몹시 싫어하는고로 약간 몸서리를 치면서 파프리카를 정리해서 집으로 들어와버렸다. 근데 고양이가 고양이로태어나고 싶어서 그런것도 아니고, 저도 배고파서 왔을껀데 내가 대뜸 빽하고 소리를 질렀으니 제딴에는 얼마나 맘이 상했을까. 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날밤에 고양이꿈을 꾸었다. 내가 엄청 잘해주면서 먹이도 먹이고, 안아주고 그런 시츄에이션이 연출되었다. 이게 다 고양이에게 미안한 마음땜에 그런것인가. 그런데 어제 저녁에 그 고양이인지 다른 놈인지는 모르겠는데, 새벽 두시였나. 내방 창가로 찾아와 하염없이 울어대는 것이었다. 한밤중에 고양이 우는 소리를 들어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그냥 동화책에서 나오는 산뜻한 '야옹'이 아니지 않는가. 아기 소리같기도 하고 여자흐느낌같기도 한, 아무튼 소름끼치는 얄궂은 소리를 한시간 정도 듣고있었더니 잠이 싹 달아났다. 그것도 너무 가까이 들리니 창가가 아니라, 방안으로 몰래 들어와 책상 한구석에서 우는 그 섬뜩한 느낌. 처음에는 참아주려 했는데 도저히 안될것같아서 컴컴한 가운데 벽을 짚고 일어나다가 너무 어지러워서 핑그르르르 돌면서 그자리에 쓰러졌다. 그 소리에 고양이가 갔는지, 아니면 썩소를 지으면서 '이생퀴 넘어졌구나 낄낄낄'하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에 사라졌는지 알수가 없었다. 아무튼 넘어진뒤로 고양이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나는 오늘 아침 창문을 열어 고양이가 앉아있음직한 내방 창가를 확인하고는 본드를 잔뜩 발라놓을까 잠시 생각했다. 개가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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