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솔직하게 쓴다. (움찔) 1년정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나서 나름 힘든마음을 여기에다 끄적거리고 싶었는데 그러면 또 졸-라 찌질해보이잖아. 그래서 그냥 방에 누워서 천장보면서 참선했다. 참선한지 한달이 다되가니 이제는 여기다 쓴다. 여기다 쓰는 이유는 첫째, 이렇게 빡빡한 텍스트를 읽어볼 사람이 별로 없다. 둘째, 나 부산갔다가 오늘 저녁에 도착했는데 너무 피곤하고 씻고싶고 자고싶은데 아직 씻지를 못했는데 너무 귀찮아서 그냥 컴퓨터앞에 계속 앉아있으니까 손가락이라도 움직여야지. 셋째, 한달지났으니까 글의 되기가 '갓 찌질'단계에서는 벗어나지 않았을까 싶어서.
남자친구와 헤어지고나서 문득 깨달은것은 인스턴트 툴을 이용한 인간관계의 가벼움이었다.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지 않고, 가끔 들러본 그의 싸이에 아무 흔적도 없으니 그가 이세상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더라. 실체가 없어졌다. 그러고보면 나는 늘 핸드폰을 보면서 웃고, 핸드폰을 듣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따듯하게 쥐고 있었으니 이건 뭐 내가 사람이랑 연애를 한건지 핸드폰이랑 연애를 한건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여느 사람에게는 짧고, 또 여느사람에게는 짧지않은시간이지만 나에게는 그와 함께있어서 의미도 많고 기억할것도 많은, 기쁨과 피곤, 의무감이 뒤범벅된 여러날들이었다. 내 속에 있는 내밀한 얘기를 거의 다 털어놓을수있었던 것도 그 사람이 유일했고. 다른 연인들이 그렇듯이 서로에게 상처를 내가면서, 또 보듬어주면서 그런 그런 날들을 지냈는데 어느순간 어떻게 시작됐는지 점차 싸우는날이 많아지고 못할소리 해가면서 언성 높이고. 그러다가 점점 지치고. 내밀했던 관계가 공허해지고. 삐걱대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내가 마침표를 찍고싶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하면서도 핸드폰으로 마침표를 찍고있었으니 얼마나 못돼쳐먹었는가. 공식적인 안녕은 아니었지만, 그 뒤로 볼려면 계속 볼수도 있었고 노력해서 좋아하려면 노력할수도 있었겠지만 그 뒤로 그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 좀 찌질하게, 한번은 다시 연락올줄 알았는데 성격대로 깔끔하더라.
헤어지자는 말이 어느날부턴가 쉬워지고, 머릿속으로 한번씩은 그사람과의 이별을 생각해봤기때문에 별로 안 힘들줄 알았다. 예상대로 별로 안 힘들더라. 아니면, 별로 안 힘들기위해서 안간힘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옛날깐날에는 방안에서 숨죽여 운다고 우는것이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엄마가 놀래서 물어본적도 있었는데. 밥도 안먹고 눈만띵띵 부어서 온갖 청승을 다 떨던때가 있었는데. 난 너무나 씩씩하고 담담하다. 아무렇지도 않고, 아무렇지 않을수도 있다. 연애란게 뭔지 모르겠지만, 사람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이 맘대로 안되는것도 알지만, 이제는 다시 볼수 없다는 것도 알고 핸드폰 하나만 붙잡고 추억 운운하기에는 사람마음이란게 너무나 간사하다는 것도 알지만, 연애라는건 새벽 한시에 컴퓨터앞에서 눈물질질짜면서 키보드나 두드리는 하염없이 청승맞은 짓을 하게만든다. 그런건가보다.
나 그때 안울려고 '졸라' 노력했는데, 이제는 작년일이니까 좀 마음껏 울어도 될것같다. 찌질하다 해도 어쩔수없어요. 솔직함의 최남단은 찌질아니던가. 내면의 찌질함을 드러내 보일수 있는자가 진정 위대하다. 내맘이다.
* 사진은, 2010년 새해를 맞아 찾아간 해운대에서 노니는 연인한쌍. 아름답더이다. 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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