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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어쩌면 이리도 돼먹지 못했는가!

아침에 집을 나서기전 엄마는 으레 나에게 빨래널것을 부탁하셨다. 늘상 하던일이었지만 손끝이 얼어터질듯한 차가움에 늘 불만을 느끼고 있었던 나는(그래요 난 막돼먹었어요) 오늘따라 사소한 그 일이 너무나 너무나 귀찮게 느껴져서 볼멘소리로 '싫다'라고 답했다. 엄마는 팁이라며 600원을 쥐어주었는데 오늘따라 엄마의 개구진 장난도 마음에 들지않아 좀 더 소리를 높여 '싫다니까!' 라고 답했다. '내가 너에게 팁까지 주었잖냐' 라는 엄마에게 '600원 필요없으니까 도로 가져가라' 했다. 어차피 추워서 옥상에 널어도 빨래가 언다(요 며칠간은 정말로 추워서 널어놓은 빨래가 꽁꽁 얼어버리는일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냥 방바닥에 널어놓자고 엄마를 꾀어도 요지부동. 이제는 날이 풀렸으니 빨래가 얼지 않는다, 빨래는 햇볕에 널어야 제맛이다 등 엄마의 빨래지론앞에 나의 주장은 무산되었고 내 양심도 '이 생퀴야. 빨래 너는데 몇분이나 걸린다고 너는 아침부터 온갖 지랄을 다 떠느냐. 미쳤느냐. 얼른 육신을 일으켜 냉큼 올라갔다오지 못하겠느냐!' 라며 나에게 빨래널것을 종용했지만 나는 너무 추워서 손가락이 아프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자 엄마는 '나갔다오면 오후인데...니가 안널면 엄마가 널어야지' 한다. 어차피 빨래를 아침에 널어야되고, 널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터라 투덜거리며 옥상에 올라가서 빨래를 가지런히 널었다. 언젠가 엄마가 빨래를 가지런히 잘 넌다고 칭찬해주었을땐 참 좋았었는데. 지남이 이생퀴는 옷을 또 이따위로 벗어서 세탁기에 넣어놓았구나. 투덜투덜. 엄마가 나가면서 대문께에서 나를 불렀다. 그러나 나는 못들은척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마음에 걸리는걸 보면 나는 오늘도 대역을 저지른것 같구나. 두고두고 마음에 남을걸 알면서도 왜 별것아닌 그 순간에는 욱하는걸까. 왜 밤11시가 넘어서 들어오는 나를 뻔히 보면서도 '오늘 저녁 연속극 어떻게 되었느냐'라고 묻는 아버지를 보면 울화가 치밀고, 포인트카드를 어디두었는지 몰라 늘상 찾고있는 엄마를 보면 불현듯 짜증이 이는걸까.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와중에 '도대체 아버지 말의 요지를 모르겠다'면서 말을 가로막는. 어쩌면 이리도 돼먹지 못했는지 스스로의 성정에 가히 숨이 막힐지경이구나. 제 부모에게만 잘하는 이를 가리키며 세상은 욕을 한다. 그러니 제 부모에게만 유난히 까탈스레굴며 별스런 성미를 다 드러내는 나같은 이는 어쩌면 좋단말인가. 덕만은 칙서를 내려 '역적 비담을 죽이라' 명했는데, 매일같이 대역을 저지르는 자식을 곁에두고도 대역인줄 모르는 부모가 가끔은 밉다. 오늘은 형벌로 내 싸대기를 매우 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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