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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어떤 낱말들의 모임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_ 보통 남자의 '보통적' 이야기

가끔은, 아니, 아주 자주 뒷표지의 글귀까지, 제목 짓듯 작가가 적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오히려 담담하게 비워 두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이석원의 글은 '세상에서 가장 찬란했던 감정의 입자들'을 노래한 것도, '숨이 멎는 듯한 내밀한 이야기'를 노래한 것도 결코 아니다. 작가 스스로 뒷표지를 채워야했다면 그저 비워놓았을 것이다.(아니면 말고.) 

남자친구와 나는 가끔 월간페이퍼를 사보거나 사주거나 했었는데, 푸른색이 드리웠던 여름표지였던가.(책장을 뒤적여 그의 글을 찾아보니 2009년 4월호의 것이다. 꼼꼼히 읽지않고 묵혀두었다가 나중에 꺼내읽는 성미라, 8월이나 9월즈음에 읽었던 것같다.) 이석원의 글을 처음 읽었다. 일찍 결혼하고 일찍 헤어진, 그러니까 젊은 결혼과 이혼에  관한 한 개인의 글이었는데 글도 글이지만, 종이의 한면을 빼곡하게 채우지 않고 반반씩 나눠 실은 점과 또 글에 너무나 어울리는 그림(물론, 그림은 글을 읽어보고 어울릴법한 것을 싣겠지만)에 마음이 동했다. 이 두가지 사실때문에 그의 글이 더 돋보이는 것 같았고, 더 깊은 감동으로 나의 심장을 때렸다. 아 좋다. 너무 좋구나. 난 그 글을 두어번 다시 읽은 뒤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자신과 세상을 위해 어떤 글을 써두진 않았을지 너무너무 궁금해 그의 이름을 도서검색창에 두드렸으나 그가 쓴 글은 없었다. 페이퍼 필진 중 한명인가보다, 라고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지나고보니 조금 웃긴것은, 도서사이트 검색창이 아닌 일반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두드렸다면, 금새 그가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이라는 걸 알아챘을텐데 <언니네 이발관>의 앨범을 두장이나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가 그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가수. 생각해보면 글읽는 사람 아닌가.
 
거의 3개월동안 <언니네 이발관>의 5집 <가장 보통의 존재>만 들었다. 굳이 이 앨범을 고집해서 듣고자 한것은 아니었는데, 아직까지 씨디를 올려놓고 듣는방식을 고수하다보니 웬만큼 못만든 음악이 아니고서야 내 씨디피에서 퉁겨져나올일은 없다. 은근히 귀찮거든. 씨디를 고르고, 씨디피 뚜껑을 열고 기존의 씨디를 빼내어 가운데 손가락에 끼워두고 새로운 씨디를 끼워넣고 기존의 씨디 케이스를 찾아서 기존의 씨디를 잘 넣어둔뒤 책장에 잘 꽂아두는 일 말이다. 발매되자마자 샀으니 1년은 훌쩍 넘은 음반인데, 1년이나 묵혀두고 지금에서야 듣는다.     


* 2010년 5월 18일 화요일 : 이 글은 미완성이다. 무엇인가를 잔뜩 더 쓰려다가, 글이 더이상 진척되지 않았든지 아니면 바쁜 일이 있어 글쓰기를 중단할 만한 이유가 있었든지 간에 꽤 오랫동안 비공개 상태로 놓여져있었다. 하지만 오늘 이 글을 들여다보니, 내가 무엇을 쓰고자 했는지 도통 생각이 나지않아 그냥 미완성의 상태로 둘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책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꽂혀있는 책들 중 한권이다. 노~오란 보통의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