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남들은 다 눈얘기 하는데 하필이면 계절에 맞지도 않는 노래를 만들어서 트렌드를 비껴간다며 우스개 소리로 얘기하던 어느 가수를 떠올린다. 나는 그 노래 덕분에 겨울에 내리는 눈보다 비를 더 좋아하는데. 노랫자락을 머릿속으로 흥얼거리며 계단을 내려가는데 핸드폰 알림 메세지.
조회수가 10000을 돌파했습니다!
괜히 10000이란 꽉 찬 숫자에 늦은 출근인데도 우뚝서서 핸드폰을 잠깐 들여다보고 있었다. 뭐 하루에 몇만은 우스운 파워블로거쯤 되면 아무렇지 않은 일상의 숫자려니 싶지만, 내 한 편의 글을 어쨌든 10000명의 사람이 읽어주었다는 거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았을 수도 있고 읽다가 호흡이 길어 지루해 금세 다른 글로 옮겨탔을수도 있지만, 10000이란 숫자에 기분이 아리송해지는 출근길. 그리고 겨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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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빗물이 살며시 엉긴 내리막을 저벅저벅 내려가면서, 곧 100명이 될 것같은 구독자들을 생각하면서 '아 이제 어떤 글을 써야하나' 곰곰 고민했다. 이름모를 사람들이 좋다고 하트를 꾹꾹 눌러주고, 누군가의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에서 슬며시 돌고 있을 <수국>이라는 글을 생각했다. <수국>이 어떤 글이었지. 차분하고 아름답고 뭉클한 글이었나. 아 그렇다면 앞으로도 차분하고 아름답고 뭉클한 것들을 써야지. 그런데 내 주변에 차분하고 아름답고 뭉클한 것들이 또 뭐가 있더라. 아이고 춥다. 이놈의 겨울 좀 어떻게 해봐. 이민갈꺼야. 투덜투덜. 작가는 작가 정신이 있어야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되는거 아닌가. 아 더럽게 춥네 진짜. 투덜투덜. 이렇게 저렇게 아리송해져서는 뚜벅뚜벅 저벅저벅 출근하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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