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날씨

2015년 12월 19일


새벽차를 끊었다가 뭉기적 침대에 누워있었다. 지금 뛰어나가면 늦진 않겠다만 괜히 집에 가는 날은 억지로, 어쩔수없이, 마지못해 가게된다. 열흘남짓 남은 새해가 되면 이 도시에 홀로 산지 햇수로 5년. 우와. 눈뜨고 있어도 코베어 간다는 이 도시에서 나는 무엇을 했을까. 다시 두어시간 뒤로 표를 미루어 끊어놓고 이런저런 것들을 느릿느릿 챙겼다. 기온이 똑 떨어졌으니 수도를 슬쩍 열어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게끔 해두자. 엄마가 택배를 보낼때마다 애용하는 튼튼한 장바구니도 돌려드려야한다. 그래야 또 과일이며 김밥이며 묵직한 것들과 묵직한 마음이 이 안에 담길테니까. 지난 가을에 사놓고 아직 건네지못한 엄마의 브로치도 이번에는 챙겼다. 주스를 갈아마시고 씻지않은 믹서도 씻어 엎어두고 기차에서 읽을 책을 잠깐 망설였다. 노란 표지를 집어 들었다가 저 위에 쌓아둔 연보라로 바꿔 잡았다. 헤드셋과 이어폰 중에 고민하다 이동시 부피때문에 이어폰으로. 집을 나서는 길에, 가득쌓인 재활용품 꾸러미도 들고나와 버렸다. 잠깐 안녕 서울.

짜증이 나네?

오늘은 왠일로 30분이나 여유있게 역에 도착했다. 언젠가부터 무에든 자꾸만 찔끔찔끔 늦곤하는 못된 습관이 베었는데, 야멸차게 정시에 떠나기로 유명한 KTX에도 나는 예외가 아니어서 역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재빠르고 날렵하다. 막 떠나려는 KTX를 잡아 세운적도 있으니까. "잠깐만요오오오~"

나는 늘 창가다. 창밖으로 풍경에 눈을 던지는 서정은 아니지만 - 고속열차와 차창밖 풍경의 콜라보가 가당키나 한 것인가 - 구석에 쿡 처박히는걸 좋아하기에 그렇게 한다. 오늘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자리. 머리도 안감고 세수만 하고 휙 뛰쳐나왔는데 옆자리가 아줌마인것도 맘에 든다. 옆자리가 또래의 여자거나 남자일 경우엔 괜히 꾀죄죄해보이는 내 모습에 마음이 불편해지니까.
그런데 이 아줌마가 말썽이다.

'오늘의 날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리스마스 카드  (0) 2015.12.22
2015년 12월 21일 : 1만뷰  (4) 2015.12.21
2015년 12월 18일 : 울컥  (0) 2015.12.18
2015년 12월 15일 : 12.5  (0) 2015.12.15
2015년 12월 13일 : 비밀  (0) 2015.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