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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어두운 의자 안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_ 사람의 마음

 

 

 

 

 

 

<시간을 달리는 소녀> 재개봉. 며칠전부터 미리 예매해두고 두근두근 손을 꼽았으나 금, 토 연이은 술자리같은 것이 일요일 나를 힘들게했다. 나갈 기력이 없어서 비실비실거리다가 결국 상영 몇시간 전 예매취소를 했다. 아쉽고 아쉽도다. 그러나 영화상영시간 즈음해서 갑자기 약속이 생겨버려서 나가긴 또 나가야했으니... 어쨌든 집밖을 나갈 운명이었나보지. (그럼 영화 취소를 왜 했어!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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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드글드글하다. 그 어찌할 수 없는 것들 가운데 으뜸인 것. 인간 탄생부터 숙명처럼 주어진 '유한한' 이 시간이란 놈에 대해서 인간은 얼마나 어찌해보고 싶었을까. 시간에 대한 인간의 어마어마한 욕망과 상상력은 많은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시간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면, 과거와 미래를 마음대로 넘나들고, 길이를 자유자재로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다면....

 

 

<시간을 달리는 소녀> <어바웃 타임> <이터널 선샤인>. 세 편의 영화 모두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고, 내가 무척 좋아하는 영화다. 앞의 두 영화는 시간을 마음대로 뛰어넘는 타임리프를 소재로 했고, <이터널 선샤인>은 인간의 뇌에서 특정한 시간의 토막을 슥삭 삭제해버리는 것에 대한 영화다. 그리고 이 세 영화는 모두 시간조차 어쩌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집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봤다. 영화관에서 봤으면 작정하고 '미래에서 기다릴게' 이 부분에서 눈물을 펑펑 쏟을 예정이었으나, 줄곧 찌푸린 채로 노트북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마코토, 저 바보같은 년. 친구처럼 지내던 한 소년이 자기에게 마음을 고백하자, 마코토는 몇 번이나 시간을 뛰어넘어 그 소년의 마음을 없던 것으로 만들려고 애쓴다. 그렇지만 나중에 마코토는 깨닫게 된다. 누군가의 마음을 없애버리려는 자신의 그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 짓이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무모한 일이었는지. 소년의 마음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어느 시간에서나.

 

 

'미래에서 기다릴게.'

 

 

다시는 만나지 못할 두 사람이지만, 소년은 소녀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고 한마디를 남긴다. 늘 이 부분에서 아주 많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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