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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매일의 얌,채식

버터넛 스쿼시, 땅콩호박, 혹은 조롱조롱

 

 

 

 

 

 

 

 

스트레스를 요리로 푸는 성미라 잔뜩 지친 몸을 하고 냉장고 정리를 했습니다. 2주전 쯤에 유기농 채소 꾸러미를 큰맘먹고 샀는데, 이건 정말 눈물을 흘리며 버려야하는... 시간이 없어 야채를 제때 소진하지 못해 다 쓰레기통 행. 오이 하나 깨물 시간도 없단 말이냐! 으헐. 비싸고 싱싱한 채소들이라 피클담기 아까워서 피클도 담지 않았는데 이럴꺼면 피클이나 잔뜩 담아놓을껄 하는 후회를 하면서 절반을 버렸습니다. 꾸러미에 딸려온 야채들 중에 조롱박이 있었거든요? 아니, 이건 뭐 날 조롱하는건가 싶어 그냥 냉장고 귀퉁이에 두었는데 이 녀석도 스멀스멀 얼굴빛이 검어지는게 안되겠다 싶더라구요.

 

 

뭐 이건 박속을 파내고 껍질은 햇볕에 말려 바가지로 써야하나...라는 고민을 하면서 조롱박 레시피를 찾아보는데, 이 녀석이 조롱박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버터넛 스쿼시 라는 호박이더군요. 반틈은 썩어 버리고 - 이 비싼 호박을! - 나머지 반틈은 구워보기로. 도마도 식칼도 없는 자취생이지만 오븐과 식품건조기가 구비되어있는 놀라운 살림력을 자랑합니다. 버터넛 스쿼시는 일반 호박보다 버터향이 강하다고 하기에, 여러가지 조물조물 조리를 해도 맛있겠지만 식재료 고유의 맛을 느껴보고 싶어서 250도에 10분정도 구워주었습니다. 과도로 저미다 손목 나갈뻔.

 

 

오. 어느정도 구웠더니 달콤한 향이 확 퍼지면서 식감도 되게 좋았어요. 역시 비싼건 비싼값을 하는구나. 아이고 천국으로 떠난 내 야채들... 다음엔 코코넛밀크와 함께 넣는 레시피를 개발해봐야겠어요. 아무튼 나를 조롱하는줄 알았던 조롱박은 맛있는 호박이었던걸로. 제때에 한통을 다 먹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역시 바쁜 1인가구에 야채 대량구매같은 건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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