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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매일의 얌,채식

생일상

 

 

 

 

 

친구의 생일상. 원래는 저녁 데이트를 신청했으나 1초만에 무참히 까이고, 점심때 데려나가 뭘 사먹이는 것도 영 마뜩찮기도 하고 슬몃 물어보니 엄마가 그날 집에 안계신다는 정보를 입수. 그래 그럼 미역국을 못 얻어먹겠구만? 미역국 끓이고 추추피클(대추+고추 피클)이랑 어울릴만한 치킨까스 정도 준비하면 되겠다. 말은 참 쉽죠?

 

 

쌀뜨물로 만드려고 어제밤에 미리 쌀뜨물 받아놓고, 치킨까스 만들어 재워놓고 (그래야 아침에 구워서 바로 나가니까!) 피클 마저 잘 익으라고 병 한번 뒤집어주고선 오늘 새벽부터 동동거렸다. 미역 불리고 고기볶고 치킨까스 알맞게 노릇노릇굽고. 맛있게 우러나라고 오래 끓였다. 밥 냄새가 피어오르는 새벽. 익어가는 밥의 속도에 맞춰 시커먼 창이 하얗게 밝았다. 어른이 된다는 건 자기가 원하는 냄새를 피워올릴 수 있게 되는거라고, 그리고 든든한 냄새가 피어오르는 새벽을 가져본 사람은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러니까 나는 이제 좋은 어른일지도 몰라, 또 누군가는 나로 인해 든든한 새벽을 가지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친구의 생일상을 준비했다. 대단하고 거창한 건 아니지만 :)

 

 

 

친구야 생일 축하해. 맛있게 먹는 네 모습이 좋구나. 해마다 따듯하게 챙겨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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