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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깨겨와 연애의 상관관계를 알아보자

 

△ 맑게, 깨끗하게, 자신있게! 예에

(신사역 6번출구 여의사 진료)

 

 

 

 

사진을 올리려다 몇번이나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걸 정말 올려도 되나. 뭐 겨드랑이 주인이 '블로그에 올려줘!'라고 했으니 올려도 되겠지만. 오른쪽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나올 듯 - 아차, 뭐라도 돋아나오면 안되는데- 겨드랑이를 활짝 펼치고 (민소매가 아닌게 아쉽지만 자외선 침범 우려때문에 한동안은 어둠속에 그댈 가둬야만 한다.) 시큼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마음 한 켠이 짠해온다.

 

 

'나 연애 할 수 있을까?' 빙수를 퍼먹다 말고 그녀가 묻는다. 깨겨(깨끗한 겨드랑이)를 위해 오늘로 세번째 제모-겨드랑이를 썰어내는 줄 알았단다. 그래도 불구하고 그녀는 벌써 세번째 도마위에 겨드랑이를 올려놓으며 연애 의지를 지지고, 아니 다지고 있다-를 받고 나온 그녀의 물음. 맥락없이 훅 치고 들어오는 이 물음때문에 처음엔 적잖이 당황했더랬다. 한달전이었나, 같이 쇼핑을 하고 예쁜 옷 몇벌을 손에 들고 눈누난나 나오는데 문득 그녀가 물어왔다. (물론 그때도 그녀는 깨겨를 위한 한 걸음을 내딛은 상태.) '지현아, 나 연애할 수 있을까? 이렇게 제모도 하고 예쁜 옷도 샀는데!' 아. 뭐라고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연애를 위해 갖은 것들을 갈아넣은 상태지 않은가. 겨드랑이를 썰어내는 고통까지 감수한다는데 무엇이 더 필요할까. '그럼! 넌 좋은 사람 만날꺼야!' 그 뒤로도 종종 그녀는 훅 치고 들어왔다. 업무시간에 메신저로, 자기전에 전화로, 주말에 카톡으로 '지현아, 나 근데 연애할 수 있겠지?'

 

 

어느 날은 '아 그만 좀 해.' 라며 짜증을 벌컥 낸 적도 있다. 물론 짜증을 내고 나서 바로 '농담이야' 라며 수습했지만 지금에야 솔직히 고한다. 짜증이었다. 특히 겨드랑이 부분에서는 어째야 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민소매를 자주 입고 다니는 편도 아닌 듯 보이고, 겨드랑이를 활짝 열어 하늘은 향해 으쌰쌰 자세만 하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제모로써 이성에게 매력 어필을 할 수 있겠는가. 아직도 깨겨와 연애의 상관관계는 아득하기만 하다.  

 

 

강남에 그렇게 잘한다는 병원에서 그녀는 겨드랑이를 썰어내고 있다. 신사역 6번출구란다. 관심있으면 병원이름도 물어봐드리겠다.

 

 

 

(*)

 

 

 

뭐 참고로 지나간 이야기니까 꺼내자면, 그녀는 얼마전 소개팅을 했다. 첫만남에서 서로 호감을 느꼈고 두번째까지 좋았으나 소개남이 그녀에게 '보고싶다'며 하트를 날리는 바람에 모든 것이 무산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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