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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미움

 

 

 

 

 

미움의 또 다른 말은 사랑이다, 뭐 이런 멀건 소리는 구석으로 슥 밀어놓더라도 어쨌든 사랑이건 미움이건 일맥상통하는 한 가지 지점이 있다면 바로 온도. 누군가에게 뜨겁게 날이 서 있는 상태. 어른이 되면서 점점 무서운 것 중 하나는 미움이라는 감정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동시에 무던해진다는 것이다. 차마 무던해지지 않고서야 못 배기겠다면 짐짓 무던한 척이라도 하는 것이다.

 

 

어릴 때는 누군가 미워 죽겠어서 마음이 아팠다. 온 몸이 저릿할 정도로 온 마음이 다 아팠다. 누군가 미워 죽겠는만큼, 누군가 나를 미워하는 것도 견딜 수 없이 아팠다. 어떡하면 그 사람이 나를 미워하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 온통 그 생각 뿐이었다. 살면서 차츰 알게 됐다. 어른은 쉽게 피로하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뜨겁게 날 세울 날들이 많지 않다는 걸. 누가 나를 좋아하는지 미워하는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으며, 나를 미워하는 누군가에 대해서도 그렇구나 해버린 다는 것. 적어도 미움받지 않기 위해 애쓰지 않게 된다는 것. 어른은 쉽게 오래 피곤하니까. 나도 어른이니까 이제는.

 

 

변명? 해명? 아무튼 그 비스무리한 것들이 필요한 어떤 문장 앞에서 그냥 힘없이 웃었다. 피로했다. 그렇구나. 그렇군요. 어쩔 수 없지요. 누군가 미적지근하게라도 날을 세워주신다면 그 마음이 미움인지 사랑인지 짐짓 모른척 하면서 그냥 웃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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