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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응원

 

 

 

 

 

 

지각이다. 집을 나서려는데 비가 온다. 툭툭. 비닐우산 하나 챙기고 으챠. 그래도 골목 모퉁이에 모여 핀 꽃들이 예뻐서 그건 또 한 장 찍어주고 가야지. 그래그래. 그렇게나 예쁜데. 아침에 일어나서 추웠다. 코가 찡했다. 그러니까 가을이겠지. 그리고 가을비겠지.

 

 

오늘은 레이스가 짜르르 박힌 남색 점퍼를 입고 싶었는데 하의를 고민하다가 늦어버렸다. 까만 바지가 있었어야 하는데! (그러고보니 난 왜 까만 바지를 입어본 기억이 없지?) 결국 노란 블라우스를 입고 출근하지만 비닐 우산은 늘 기분이 좋다. 작은 창문을 갖고 다니는 기분. 작은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얼마나 많은 빗방울들이 내게 순식간에 다가왔다가 이내 멀어지는지를 두고 보면서 걷는 아침. 톡톡. 톡톡.

 

 

 

*

 

 

공든탑이 무너지랴. 무너진다. 무너지기도 하더라. 그러니 무너질까 걱정하며 산다. 내 정성이, 내 시간이, 내 마음이

보답받지 못할까봐.

아무 것도 아닌게 될까봐.

 

 

[꽃반지♥] [오전 10:23] 응 ! 아 나 이런 생각도 많이해요. 사실 아무것도 안될수도 있겠다고. 뭔가 되려는건 아니지만. 그렇지만. 과정 중에 살고 있고 그 과정에서 내가 마음과 시간을 쏟아붓고 있으니 그 정성은 어디로 가지 않을꺼 같아요.
[꽃반지♥] [오전 10:24] 그리고 이건 사람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꺼예요. 사랑이 나중에 끝나고 안끝나고 마음이 떠나고 안 떠나고를 가늠하지 않을 순 없겠지만, 어쨌든 누군가를 향해서 쏟은 마음과 정성 같은건 우주 어딘가에 영원히 질량으로 존재하겠지!

 

 

되게 멋있는 척 했지만, 아무튼 우리가 '보답받지 못해도 상관없어. 내 정성이 진짜니까' 이 알량한 쿨내라도 유지하려면 응원이 필요하다. 몹시.

응원이란 말, 내 사전에는 '누군가에게 시간과 마음을 듬뿍 쏟는 일' 이거든. 내가 무언가를 향해 쏟아붓는 시간과 마음에 누군가에게서 얻어온 시간과 마음도 보태져서 우리는 좀 더 잘 쏟아부을 수 있는 것 같기도 해. 나도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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