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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8월 23일 : 남친이 후사르면 짱간지

 

△ 이쁜이랑 한 컷. 같은 표정 다른 느낌.

 

 

 

 

국립박물관에서 하는 폴란드전 초대권이 생겨서 다녀왔다. 야호. 영화든 전시든 뭐든 좀 보고 집어넣고 싶었는데 잘 됐다. 어제와 오늘에 걸쳐 '편하게 입고 오라'는 두 번의 당부가 몹시도 맘에 걸려서, 난 늘 편하게 입고 다니는데 도대체 '편하게 입고 오라'는 말뜻이 뭔지 모르겠어서 그냥 슬리퍼를 끌고 갔다. 그러면 되는거겠지? 

 

 

좀 먼 거리라 약속에 늦을까봐 잔뜩 날을 세우고 신경써서 일찍 나왔는데, 환승에서 그만 실수를 해버렸다. 다음 버스를 기다리며 어제 찍은 현진의 사진을 보다가 그만 똑같은 번호를 또 타버린거다. 어찌나 혼자 웃고 있었던지 환승이 안 된줄도 모르고 한참을 더 가다가, 바깥의 전쟁기념관을 보며 '날씨 좋으네' 중얼거리다가 또 한참을 가서야 아차 싶은거다. 허당씨.

 

 

다시 부랴부랴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로 뛰어가서 4호선을 타고 다시 6호선으로 환승하는 험난한 여정. 늦었다. 어쩐지 여유있게 도착한다 싶더라니.결과적으로 폴란드전은 진짜 재밌었다. 초반에는 사람들이 너무 바글거려서 집중이 안됐는데 점점 들어갈수록 재미있는 것들이 나왔다. 작품이 총 250점 정도가 된다고 하네. 대충 쭉 보는데도 꼬박 세시간이 걸렸거든. 폴란드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뭐 기껏해야 예쁜 접시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전시 기획이 너무 괜찮아서 폴란드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한 번 정리가 된 것 같달까. 8월말까지 전시라는데 8월이 끝나기전에 볼 수 있어서 다행!

 

 

 

1. 폴란드 역사

 

 

 

 

 

폴란드 지도만 딱 봐도 매우 여러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걸 알 수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체코, 슬로바키아, 독일...그리고 이름도 못 들어본 나라들. 그만큼 땅따먹기도 많았고 밟고 밟히는 역사가 끊임이 없었던 나라. 난 우리나라 지도를 들여다 볼 때 마다 참 딱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건 뭐 우리나라는 갖다대지도 못하겠더라. 아무튼 여러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보니 문화도 여러 나라의 색깔이 뒤섞여 표현되는데, 폴란드 예술은 굉장히 동양적인 색채가 강하다. 아마 동방 문화가 러시아를 타고 폴란드로 갔겠지?

 

 

하얼빈에서 유학할 때 러시아 국경까지 가본 적이 있는데 - 지금은 러시아 여행이 정부 초청권이 없어도 된다는데 그때는 초청권이 있어야만 갈 수 있어서 아쉽게 국경까지만 가봤다. 넘어갔으면 어떻게 됐을라나 - 러시아 문화도 굉장히 특이하거든. 건물양식이나 미술에서 유럽색채가 많이 보이는데, 폴란드 예술에서도 러시아 색깔이 많이 보였다. 아무튼 폴란드 예술은 전체적으로 굉장히 동그랗고 따뜻한 느낌. 애잔한 느낌이 많이 드는 예술품들! 사람에 대한 연민도 많이 묻어나고 목가적인 정서가 두드러져서 동양 느낌이 정말 많이 묻어있다는 걸 느꼈다. 예전에 영국 여행을 갔을 때 맨날 대영박물관만 들락거렸는데, 그 때 본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정서가 깔려있어서 '이게 폴란드구나' 싶었달까. 폴란드는 따뜻하고 동그란 나라! 

 

 

 

 

 

 

2. 사랑해요 후사르

 

 

 

 

△ 오빠 존잘러.

 

 

 

국민학교 2학년 때인가, 룰라의 <날개잃은 천사>라는 노래가 유행했던 것 같은데(그래요, 나 옛날사람입니다!) 날개 달린 오빠 발견. '후사르'는 폴란드가 한창 잘 나갈때 그 중에서도 더 잘 나가던 기병대 이름이다. 유럽 전역에서 200여년간 용맹을 떨쳤단다. 옷도 겁나 비싼 수입산에 화려한 걸로 치장. 날개달고 싸우는 거 보면 말 다했지. 겁줄려고 달았다는데 저거 달고 달리면 진짜 핵간지였겠다. 가뜩이나 말타고 달리는 제왕물을 좋아해서, 그런 영화라면 빠뜨리지 않고 다 챙겨보는 편인데 - 동생이 오죽하면 '니는 말타는 남자면 타면 환장한다 아이가!' 라고 적절한 코멘트를 달아줌- 내가 저 시대에 폴란드 살았으면 진짜 쫓아다닌다. 다른 작품 구석에서 몰래 날개달린 오빠 찾아내고 기뻐하면서 설명을 찾아보니 '후사르 대장' 이라고 적혀있어서 하트 날려주고 옴.

 

 

 

△ 쇼팽 친필 악보

 

 

 

뭐 쇼팽이라면 몇 해전에 'Chopin'을 보고 '야 초핀이 누구냐?' 라고 무식한 소리를 했던거랑, '피아노의 시인' 딱 두개가 생각나는구만. 음악시간에 맨날 뭐 하이든은 '피아노의 아버지' (맞나?) 뭐 누구는 피아노의 어머니, 누구는 피아노의 시인, 뭐 누구는... 그래서 뭔 놈의 피아노 한 대를 가지고 이 난리냐며 투덜댄 기억밖에 없다. 쇼팽 음악을 딱히 좋아하지도 않았고. (뭐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오늘도 쇼팽 앞에서는 무덤덤하다가 재미있는걸 알았는데, 문득 쇼팽 연보를 보니 서른 아홉에 죽은거다. 아니 이 사람 왜 이렇게 일찍 죽었어? 혼자 구석에 서서 '쇼팽 죽음'을 검색해보니 몸도 안 좋았던데다가 애인이랑 헤어지고 상처받아서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네? 애인이 조르드 상드. 이 언니 장난 아니다. 그때 여자작가는 출판을 못해서 남자 이름으로 출간하고, 남편이 하나 있었는데 이혼하고 애 둘 키웠는데 그걸 숨기지도 않고 남장을 하고 다녔단다. 그리고 겁나 똑똑함. 내가 제일 먼저 이 여자에 대해서 본게 뭐였겠나. 몇 살까지 살았나지 뭐. 일흔 넷 정도까지 잘 살았더라. 쇼팽이 죽을때까지 겁나 그리워하면서 찾았는데 가지도 않았단다. 매몰찬 녀자. 그리고 애인이 2천명 정도였단다. 내가 그걸 보다가 혼자 '헐...' 이라고 탄식을.

 

 

아무튼 이 언니는 쇼팽 보자마자 꽂혔는데 쇼팽은 사실 이 언니를 별로 안 좋아했단다 처음에. 남장하고 다니고 애딸린 이혼녀에 겁나 글쓰고 말 잘하고 쎄보였겠지. 그러나 사랑에 빠짐. 폴인럽. 원래 사랑이 그런거니까. 언젠가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 관한 통계를 본 적이 있는데 80프로 이상이 사랑에 빠지자마자 하는 생각이 '아 젠장 사랑에 빠지다니!' 란다. 아무튼 쇼팽도 그 80프로였나보다. 상드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면 '그 당시 프랑스의 저명 인사로 상드와 연애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었다' 라는 구절이 있다. 그래도 이 언니가 놀라운게 쇼팽한테 10년을 집중했다는거. 그리고 그 10년동안 쇼팽이 내놓은 작품들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는 거. 상드가 그동안 계속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이유도 남성편력때문에 일부 예술가들이 상드를 찢어죽일듯이 씹어 삼켰다고. 귀족들의 창녀, 뭐 그런거지. 그 뭐냐, 클림트도 여자 겁나 좋아하고 여자 밝혔던 거 같은데 아무튼 이 언니는 좀 스케일이 크긴 크다. 이 언니 대단히 똑똑하고 잘났던 거 같은데, 그래서 이 언니 찬양하는 예술가들도 많단다. 그래도 막판에 쇼팽한테 안 가본건 너무 했다.

 

 

 

(+)

 

 

 

 

 

 

<냉장고를 부탁해> 미카엘 셰프. 요즘 연예인 진짜 많이 본다. 애들이 홍대 살면 연예인 많이 봐요? 했을 때 '개코도 없다' 라고 딱 잘라 말했는데, 요즘은 집에 가다가 우리동네 술집에서 영화 찍는 것도 보고, 회사 근처에서 혁오를 보고 사진 안된다고 까이고, 오늘은 미카엘도 보고. 여자들이 수근거리면서 몰래 사진을 찍길래 나도 슬쩍 보니까 미카엘이었다. 스텝인지 붙어서 일대일로 설명해주는데 어찌나 사근대는지. 역시 미남미녀앞에서는 어쩔수 없군.

 

 

난 미카엘한테 관심 개코도 없는 척 하다가 몰래 동선을 비슷하게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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