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날씨

2015년 8월 8일 : 전투복

창간파티의 중간에 셋이서 빠져나온 밤. 노래방가면 웃긴 춤을 보여주겠다던 현진의 말에 걸음을 옮기다가 옷가게 앞에 코가 걸음을 멈춰선다.

'얘들아, 우리 이거 잠깐만 보고 가면 안돼?'

 

여자들이란. 피식 웃으면서 그래 그러자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서로 이거 너에게 잘 어울려, 이건 어때라며 막 갖다대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그 두 여자가 갖다댄 옷들을 결재하려고 카드를 꺼내고 있었다.

여자들이란. 거참.

 

'너 안 입어봐?'

'난 원래 옷 안 입어보고 사'

'야 그런게 어딨어.'

'귀찮은데? 난 한번도 입어보고 산 적 없는데'

'옷 진짜 빨리 산다. 원피스잖아!'

 

왠만한 기성복에 맞춰 태어난 표준 사이즈의 신체라 한번도 옷을 입어보고 산 적 없는데, 여자 둘이 등을 떠미는 통에 입고 있던 원피스를 벗고 새 원피스를 갈아입었다.

 

'어때?'

'...좀 짧다. 니가 키가 있어서'

'난 괜찮은데?'

'이건 전투복이잖아. 작정하고 입는거'

'푸하하하.'

 

원피스 색깔이 옅어 속옷이 좀 비친다. 갈아입고 나와서 결재를 했다. 둘은 기어이 쟤가 전투복을 산다며, 작정하고 나갈 모양이라고 조곤조곤 진지하게 말한다.

 

'야 근데 안에 속옷까지 보여야 진정한 전투 아니야?' 내가 물었더니

'그건 미친년이지. 전투는 갖춰 입어야 하는거야.'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전투복을 샀다. 워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