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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6월 19일 : 계탄 날

 

 

 

 

 

간밤 꿈이 어지럽더니 오늘을 위한 꿈이었나보다. 촤~

 

 

 

다음주부터 기타 수업을 시작할 것 같다. 내 기타는 콜트 미니인데, 이걸 들고 가얄지 어머니의 기타를 들고 가야할지 고민하다가 잠들었나보다. 꿈에 선생님을 만나 '선생님, 제 기타는 콜트 미니인데 괜찮나요?' 를 물었고, 선생님의 대답을 들을새도 없이 적군이 쳐들어왔다. (갑자기 왜!) 일어나 곰곰 떠올려보니 적군이 개그맨 유세윤이었다. 아무튼 꿈에서는 경황없이 숨을 곳을 찾다가, 선생님을 일단 내 기타 가방에 숨겼다. 기타 가방에 선생님을 집어넣었다는게 정확한 표현이겠다. 적은 점점 가까워지는데 기타 가방은 한 개 뿐이었으니, 황망하여 문득 기타가방에 들어있는 선생님에게 '선생님, 나는요!' 라며 따져묻다가 깼다.

 

 

딸년은 도둑년이라고 했다. 냉장고의 과일을 털어 가방에 담고 여느 것들도 바리바리챙겨 집을 나서는데, 가방 무게때문에 팔이 부들거린다. 게다가 기타 하나도 둘러멨겠다. 버스를 타고 내리고 또 버스를 타고 내리고 기차를 타고 내리고 버스를 타고 내리고 버스를 타고 내리고의 복잡하고 긴 여정. 내가 무슨 뮤지션이라고 기타를 짊어지고 고행을 하고 있나. 기타가 내 밥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꿈에서부터 오늘 오후내내 나를 힘들게 한 기타이지만, 기쁜 소식이 부록처럼 딸려왔으니. 기타를 메고는 눈코입을 정중앙으로 잔뜩 모아 심술맞은 표정으로 서있는데, 내 블로그에 '서민'이라는 댓글이. 응? 어제 <집 나간 책>의 서평을 남기면서 '혹시나 서민 교수님이 이 글을 보시게 된다면 저도 친필싸인 책 받고싶다' 라고 끄적여 두었는데, 진짜로 서민교수님이 본거다. 하루만에. 엄마야. 이달 초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을 보내주기로 약속하셨다. 쿨가이! 핫가이!

 

 

기타를 끙끙거리며 서울에 어찌어찌 도착해 집을 부려놓고는 공연장으로 냅다 뛰었다. 마침 또 옆자리에 앉은 분이 못지않은 빠순이로소이다. 대화로 빠심을 교환하다가 결국엔 전화번호까지 교환했다. '그 때 홍대에서 한 공연 가셨어요?' '네' '전 맨 앞줄에 앉았어요' '...저도요' '그때 거기도 가셨어요?' '네' '그때 그건요?' '...네' 사람이 숨길 수 없는 세 가지가 기침, 가난, 사랑 아니던가. 빠심 역시 숨길 수 없다.

 

 

십년전 씨디를 구해와서 싸인 받는 사람이 나만 있을줄 알았는데, 한명 더 있었을 줄이야. 가수분도 놀랬다. 십년전 유물을 두명이나 발굴해왔으니. 나는 은둔형 빠순이라 수줍수줍인 반면, 옆님은 활동가라서 가수분한테 조공도 바치고 조공에 대한 간략소개도 곁들이고 적극적. 가수분이 '어유 왔어요' 라면서 반겨줄 정도였으니. 함께 전철역으로 걷는 길에 '더 좋은 사진을 위해서 카메라를 바꿔야겠다'는 포부를 들었고, 작업실로 쳐들어가자는 제안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