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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도너츠 원정대

 

△ 츄이스티가 맛있긴 한데, 아무래도 모양은.

 

 

 

 

 

도너츠를 잃어버렸다. 요즘따라 뭘 이렇게 자꾸만 잃어버리는지. 아끼는 물건 잃어버리는게 나한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일주일 전의 우산에 이어 두번째다. 어제도 오늘도 도너츠를 찾느라 가방을 뒤집어 싹 털고, 친구집 구석구석을 샅샅이 들여다보고, 건물 입구까지 나가서 이동경로를 거꾸로 흝어보지만 없다. 회사에 두고 온걸까. 분명히 금요일 오후까지는 가지고 있었는데. 아주머니가 건물을 청소하기 전에 일찍 출근해 도너츠를 찾아봐야겠다는 나의 말에, 친구가 당장 태워주겠다며 여의도까지 태워준다. 사실 조그만 이어폰 줄감개 하나 찾겠다고 이틀 내내 동동거리는 나도 나지만, 태워주는 친구한테도 참 미안하고 고맙다.

 

 

내도 낸데, 니도 참 니다. 이게 뭐라고 여의도까지 태워주노. 일요일인데.

니 물건에 집착하잖아. 내가 니를 모르나.

 

 

일요일에도 출근하는 사람이 있네. 고유명사같이 붙박힌 풍경 하나를 지나 사무실 입성. 머리가 아프도록 이곳저곳을 기웃대지만 없다. 정말 없는거다. 내가 가닿을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거다. 친구는 더 예쁜게 많다고 새로 사랬지만, 내가 그 도너츠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서 포기. 3년동안 소중하게 잘 가지고 있다가 최근에 갖고 다니기 시작했기에 아쉬움이 더욱 크다. 볼멘 마음으로 인터넷을 뒤져보지만 썩 마음에 드는게 없다. 내 도너츠~ 내 도너츠는 은은한 분홍색 크림이 발린데다가 귀퉁이에 자그마한 은색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고. 도너츠 모양의 줄감개를 죄다 찾아보았지만 크림 색이 너무 짙거나 크기가 딱 맘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귀퉁이에 자그마한 은색 글씨가 새겨진 도너츠는 끝끝내 없다. 귀여움의 완성, 비주얼 폭발 내 도너츠.

 

 

도너츠를 잃어버린 내 마음에 다른 도너츠라도 하나 안 물려주면, 근 한달 내내 나에게 비협조적일 것 같아서 그나마 크림색이 가장 비슷한 도너츠를 골랐다. 실제로 받아봐야 알겠지만 빵 색도 너무 옅어. 덜 익은 것 같애. 도너츠를 사긴 했는데 츄이스티다, 나는 매끄럽게 동그란 도너츠가 좋다, 매장에 직접 가봐야겠다 친구에게 투덜거렸다. 급기야는 2011년도에 누가 올린 사진을 보며, 이 사람이 과거로 가져갔다고 우는 소리를 했더니 결국엔 나에게 손가락질. '저거도 정신병일끼라.'

 

 

 

(*) 뮤직앤도넛 시리즈 1. 딸기맛을 발견하신 분은 꼭 연락주세요.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