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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어두운 의자 안에서

왓이프 : 우리는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께 영화보러 용산에 다녀왔다. 용산까지 갈 일은 생각보다 없어서 간 김에 싹싹 훑고 올 참으로, 근처의 제과점이며 왕 돈까스 집을 엄청 찾아놨는데 시간에 쫓겨 못갔다. 오랜만의 로맨틱 코미디. 으레 그렇듯이 남녀가 우연히 만나 썸을 주고받다가 사랑에 빠지는 별 내용 없는 영화. 별 내용 없지만 그게 전부이기도 한 영화. 뭐 사실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게 별거 있겠는가. 우연히 만나고 우연히 엿보게되고 우연히 알아가고 우연히 사랑에 빠지는 거, 그게 단데.

 

난 이 영화가 무척 좋았다. 보는 내내 좋았고 보고 나서도 머리에 계속 남아서 몇 번 더 보고 싶다고 (심지어 영화관에서!) 생각할만큼 되게 좋더라. 사랑에 빠져드는 사람들의 표정이 좋다. 숨길 수 없어 결국엔 삐져나오는 감정의 조각들이 좋다. 자세하고 아기자기한 주변 사람들도, 풍경들도, 집들도 모두 모두 사랑스러운 영화. (모든 것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결국엔 영화라는게 생각나는 영화.)

 

왓 이프.

 

우리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사랑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뭐 어떻든 그게 대수인가. 우리는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저지르며 살아간다. 왓 이프. 왓 에버!

 

 

(*) 아, 남자 주인공은 해리포터가 맡았다. 보는 내내 줄곧 '프로도인가?' 라는 의문이 들어 옆자리에게 '프로도아녀?' 라고 물었더니 프로도가 뭔지 모른단다. 뭐야. 해리포터의 연기 변신. 되게 멋졌다. 요런 캐릭터도 잘 소화할 정도로 멋진 어른이 되었고나.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