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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어두운 의자 안에서

오싱 : 그렇게 어머니가 된다 ?

 

 

소리소문없이 묻힌 영화 <오싱>. 친구랑 두어달쯤 전에 영화보러 갔다가 예고편이 나오길래 '아 요거 봐야지'했는데 그냥 저냥 지나가버린 것 같다. 어제 집에 와서 조각케잌 하나 까먹고 너무 피곤한 나머지 거울 밑에 얼굴을 처박고 잠이 들었다가, 깨서 이런 저런 영화 찾아보다가 보게 된 <오싱>.

 

 

 JYP는 수지가, 영화는 오싱이

 

JYP를 먹여살리는 수지더러 '소녀가장'이라는 말을 한다. 빈약한 시나리오에 구성에 배우들 연기력에... 이 영화도 참 볼 것 없지만 오싱이 다 먹여살린다. 영화 속에서도 눈물나는 소녀가장 역할인데, 영화 밖에서도 소녀가장이구나. 가여운 것. 그나마 사람들이 눈물 좀 짜면서 평점을 줬다면 순전히 얘 덕분이다. 나도 감정선이 빈약한 사람이라 군데군데에서 울긴 했지만, 솔직히 영화관이었으면 보다가 나왔을꺼다. 보면서 평점 10점만점에 3점 정도 나오면 적당하겠다는 생각.

 

 

감독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걸까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애만 줄줄이 딸려있다. 7살난 오싱이 주인공인데, 아버지가 식모살이를 보낸다. (이 아버지란 캐릭터가 참 웃기고, 연기도 참 후지다. 애 식모살이 보내는 아버지의 죄책감이나 미안함, 또 그런 감정을 감출 수 밖에 없는 가장과 남자로써의 무게. 뭐 이런건 다 어디가고 기껏 영화내내 한거라곤 애 때리고 소리지른거랑 눈 밭에서 조낸 어설프게 구르면서 미안하다고 외치는 거.)

 

스토리 정말 지루하다. 식모살이 보낸 집에서 얘 엄청 구박하고, 얘는 열심히 일하는데 그 집에서 50전이 없어진다. 얘가 당연히 도둑으로 지목되고 얘한테는 마침 할머니가 이별선물로 준 50전이 있고, 그래서 결과는 뭐 뻔하지. 얘는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입고 눈밭을 헤메다 쓰러지는데, 잘생긴 남자 어른이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구해준다. 캬. 그는 역시 내면의 상처를 간직한 인물. 그는 탈영병임. 오싱이랑 남자 어른이랑 잘 지내다가, 오싱과 이별의 순간이 오고 이별의 순간에 마침 그는 탈영병이란게 발각되어 그 자리에서 총살당함. 오싱은 그 어린나이에 가난의 질척함과 사람의 죽음을 목격하고도 꽤 담담하게, 다음 직장에서 새 출발을 함. - 요 아저씨의 죽음이 오싱의 내면 상처가 됨- 암튼 다음 직장은 겁나 잘사는 집이고, 얘도 이제 식모살이에 요령이 좀 붙은터라 일 잘하고 이쁨도 받음. 그러나 지루한 스토리에 약간의 긴장이 필요함. 얘가 또 도둑으로 몰려서 쫓겨날뻔 하는데, 이 집 주인 마님이 얘를 이뻐해서 누명을 벗고 계속 안착. 그러나 스토리가 계속 진부하므로 또 긴장이 필요해서, 얘는 이 집 주인 따님이랑 한바탕 치고 박고 싸워서 쫒겨날 위기에 처함. 그러나 사람이랑 치고 박아본 적이 처음이라는 이유로 -"어머. 너같은 년은 처음이야."- 갑자기 따님이 한대맞고 정신이 뿅갔는지 어쩐지 오싱을 데리고 있자고 사정. 그러나 역시 스토리는 진부하다. 그래서 할머니가 죽는다고 전갈이 와서 얘가 갑작스레 직장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감. 당연히 할머니는 죽고 없고 - 이런데서 애 처절하게 뛰는 장면 좀 그려넣지 마라.- 얘는 오랜만에 집에서 꿀잠자면서 밥짓는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봄. 그리고 엄마에게 "엄마 딸이어서 너무 좋아." 두 모녀 훈훈하게 끌어안는 것으로 마침.

 

 

원작을 다시 봐야겠다

 

뭔 쌍팔돋는 구성에 연출인가. 원작은 소설로 알고 있는데, 영화와는 사뭇 다른 감동이 있는가보다. 오싱 역은 참 좋았는데, 그 말도 안되는 아버지부터 시작해서 탈영병 청년도 묘하게 어설프고... 아무튼 전체적으로 참 엉성한 영화다. 감독 역량이 안되는 듯. 

 

 

 

* 푸하하. 영화 후기 작성 후에 리뷰를 찾아보다가 새벽에 빵 터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