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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어두운 의자 안에서

[스크랩] 왜 2014년의 관객들은 한국독립영화를 보지 않는가.

 

영화 <만신>, <조난자들>, <미스터 컴퍼니>, <마이 플레이스>

왜 2014년의 관객들은 한국독립영화를 보지 않는가.

영화 | 2014/03/11 | 글. 김수평
 

작년 연말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단편영화가 상영되었다. 다수의 독립영화에 출연한 배우 '고기환'(영화의 연출가 구교환은 다수의 독립영화에서 배우로 활동한 바 있다)이 출연작 DVD를 하나도 받지 못한 사실을 깨닫고 감독들을 찾아가는 행적을 쫓는 작품이다. 배우와 감독이라는 관계를 통해 독립영화를 둘러싼 이들의 저마다의 사정과 각박함 속에서의 연민을 쌉쌀한 코미디로 담아냈다. DVD를 줄 수 없었던 감독들은 이제는 더 이상 영화를 이야기하지 않거나, 이미 영화를 떠난 지 오래다. 그런데 그들은 왜 영화를 떠날 수밖에 없었나? 관객과 영화라는 관계를 통해 진짜 질문이 끼어들 시점이다. “왜 2014년의 관객들은 한국독립영화를 보지 않는가?”

 

▲ 영화 <지슬>

▲ 영화 <우리 선희>

 

2013년 한국의 영화산업은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3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한 해 동안 극장을 찾은 관람객은 2억 1,332만명에 달해, 모두가 정점이라고 생각한 2012년도 관람객 대비 9%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의 호황을 이끈 건 다름아닌 한국영화들이었다. <7번 방의 선물>을 시작으로, <은밀하게 위대하게>,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등의 연이은 흥행으로 2013년 전체 박스오피스 상위 10편중 9편이 한국영화의 몫이었다. 하지만 명칭도 다양한 다양성/예술/독립영화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2013년 전체 개봉작 905편중 다양성영화 개봉작은 37%에 해당하는 342편이었다.(342편이라 함은 2013년 매주 평균 6.5편의 다양성영화가 극장에 개봉한 꼴이다.) 이는 2011년의 197편, 2012년의 232편에 이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개봉작 수의 비율과 증가세를 볼 때, 사상 최고의 호황에 걸맞은 성장쯤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결과는 오히려 그 반대다. 전체 개봉작중 37%에 달하는 다양성영화들이 거둔 관객수는 전체 관객수의 1.6%(3,431,469명). 다양성영화의 관객 비율은 <워낭소리>가 대대적인 흥행을 기록한 2009년 6.6%의 정점을 찍은 이후, 2010년 5.4%, 2011년 3%, 2012년 1.9%, 2013년 1.6% 매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개봉작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한편, 관객 비율은 매년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우디 앨런의 <로마 위드 러브>, <블루 재스민> 등이 선전한 2013년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상위 20편중 한국영화는 <지슬>과 <우리 선희> 두 편 뿐이었다.

 

▲ 영화 <마이 플레이스>

 

▲ 영화 <만찬>

 

매주 쏟아지는 영화들로 전장을 방불케 하는 다양성영화 시장에서 해외영화를 다루는 수입/배급사들은 나름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점점 고령화되는 관객층을 공략한 ‘재개봉’ 유행도 작년의 큰 화제였으며, 50개 미만의 극장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10만 관객을 <마지막 4중주>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동원하기도 했다. 또 2014년에 들어서는 ‘코엔 형제’(<인사이드 르윈>), ‘긴 러닝타임’(<가장 따뜻한 색, 블루>), ‘뱀파이어’(<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한국에선 먹히지 않는다는 조건을 두루 갖춘 영화들이 릴레이 흥행에 성공했다. 이런 외화 화제작들 사이에서 연초 한국독립영화의 성적은 어느 때보다 초라해 보인다. 2월까지의 개봉작중 1만명은 고사하고, 2천명의 관객을 넘긴 작품으로 <마이 플레이스>가 유일하다.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보인 <만찬>은 채 2천명의 관객이 들지 않았으며, 전주국제영화제 수상작인 <디셈버>와 <레바논 감정>은 그보다도 사정이 안 좋았다. 우스갯소리로 1만명을 돌파하면 나누던 축하인사가 1천명을 넘기면 하는 생존인사로 바뀌었을 정도라고 하니… 그만큼 한국독립영화와 관객들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 영화 <인사이드 르윈>

 

▲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기타 하나, 고양이 한 마리, 뉴욕의 겨울을 노래한다’는 간질간질한 카피가 <인사이드 르윈>의 관객수를 얼마나 확장했는지는 산출하기 어렵겠지만, 코엔 형제의 골수팬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치밀하게 펼친 마케팅 사례는 주목할만하다. 또 지난 12월 개봉해 3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의 개봉 과정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를 잉여라 부르는 20대 청년들의 유럽 무전여행을 기록한 이 다큐멘터리는, 개봉 전 장기 로드쇼를 펼쳐 ‘입소문’을 가장 큰 전략으로 세웠다. 물론 CGV 무비꼴라쥬의 배급망을 통한 안정적인 극장 확보가 뒷받침된 전략이긴 했지만, 과감한 작품 선택부터 명확하게 최근 관객들의 성향을 분석해 거둔 성과까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적어도 영화제 상영으로 그칠 영화가 아니라면, 제작-배급-마케팅에 이르는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영화와 만나는 관객들이 얼마나 고려되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 제작/개봉지원 사업이 현물 지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서 함께 모색할 수 있는 단계로의 전환도 필요할 것이다. 실제로 개봉지원에 선정되어 마케팅비용을 제공받은 몇몇 영화들은 극장 개봉과 마케팅에 관한 이해과정이 생략된 채 버려지듯 개봉 되곤 했다. “왜 2014년의 관객들은 한국독립영화를 보지 않는가?” 이 질문은 더 이상 관객만을 향한 호소가 아닌, 질문을 던진 자신들로 다시 방향을 고쳐야 할 시점이다.

 

 

 

그럼에도 2014년의 관객들을 위해

▲ 영화 <만신>, <조난자들>

 

봄을 맞은 극장가엔 어느 때보다 새로운 소재와 형식의 작품들이 2014년의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상상마당 시네마에서는 무녀 김금화의 이야기를 판타지 다큐멘터리로 재구성한 박찬경 감독의 <만신>, 고립된 펜션을 배경으로 한 블랙코미디 스릴러 <조난자들>, 사회적 기업의 이면을 다룬 비즈니스 다큐멘터리 <미스터 컴퍼니>, 그리고

1월 개봉 이후 잔잔한 호평을 이어가고 있는 <마이 플레이스>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꽃피는 4월엔 일찌감치 올해의 독립영화로 거론되는 이수진 감독의 <한공주>와 이유빈 감독의 <셔틀콕>이 대기 중이다.

 

 

 

* 위의 기사는 상상마당 웹진에서 스크랩해왔습니다.

 

그래도 여기 언급된 독립영화들 중 절반 정도는 봤으니 나름 '다양한' 문화를 향유 중인 것 맞나요.

내용도 빤한 상업주의 영화들에 사람들이 몰리는걸 보면서 마음 한켠으론 조용히 그들의 천박한 문화적 수준을 조소하며 '난 이정도는 되는 사람이야' 라고, 은근히 스스로를 추켜세웠던 것도 같네요.

 

누구말대로 에릭 클랩튼 들으면서, HOT 듣는 애들 무시하는.

 

그러고보면 사람들이 잘 모르는 영화를 어렵게 찾아보고, 감동받고 하면서도 어렵게 찾아보는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스스로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영화는 어차피 사람들이 안볼테니까 → 광고를 안할테고 → 내가 찾아서 봐야해.

 

만드는 자들도 어쩌면 똑같은 생각이지 않을까나요.

이런 영화는 어차피 돈 벌려고 만든 영화 아니니까 (흥행은 이미 포기) → 광고는 해서 뭐해 → 볼 사람은 알아서 보겠지.

 

음. 영화라는 매개 자체가 '소통'을 위한 거니까 늘 말 통하는 사람하고만 말하면 재미없잖아요.

말 안통할꺼라고 입 꾹닫고 있던 사람이랑 말 통하면 그 쾌감이 더 크고, 한번 터진 봇물이 원래 더 찰지게 터지는 법이니까.

물론 내가 영화 만드는 사람도 아니고, 그 어려움 헤아리지 못합니다만

그래도 사람들이 '무식해서' 안본다기 보다는 '몰라서' 못보는게 크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이 이 사회를 굴리는 것 맞고, 없는 자들이 뺑이치는 것 맞지만

그 속에서도 꽃 피우는 자들 있으니 관객들에게 조금은 더 많이 이 좋은 영화들 알려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