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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4년 10월 2일 : 스웨터를 꺼내는 오늘

 

아침 내내 느적거리다 급하게 찾아입는 스웨터. 올 가을의 첫 스웨터는 형광 연두다. 스웨터를 꺼내 입었으니 계절의 의식처럼, 좋아하는 프랑스 책 한권을 꺼내서 몇 꼭지 읽어야겠다. 그래봤자 읽는 페이지는 정해져 있다. 맥주에 관해서 읽다가 곧바로 가장 좋아하는 스웨터에 관한 페이지로 넘어가 읽고 또 읽으며 음미한다. 갈아놓은 완두콩 색깔이라든가, 젖은 흙의 색이라든가, 성근 털실의 짜임에 관해서 담백하게 이야기하는.

 

지나간 연애에 대해서 종종 생각을 한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생각을 하기도 하고, '오 내가 생각을 안하고 있군!' 이라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지난 연애에 앞서 그 무렵 어느 즈음에 '이제 곧 연애하겠구나.'라고 느낀 적이 있다. 짐작도 아니고 확신도 아니고 그저 그렇게 될 것이었다 알고 있었다. 만나는 남자도 없었고, 마음에 품은 대상도 없었고, 만날 남자도, 마음에 품을 대상도 없었지만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대해 아무도 아무런 짐작도 확신도 하지 않는 것처럼 나의 연애도 그렇게 왔다. '이제 곧 연애하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고 무렵의 글을 읽어보니 '나무와 꽃에 대고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씌여 있다.

 

이래저래 너덜너덜 상처받으면서도 아직도 연애를 계속 해나가고픈 귀여운 이십대 처자여. 이제 '이십대'를 인생에서 가질 수 있는 날들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오늘 문득 들린 까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전 결혼할 사람이 가구에 관심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라고 중얼거린다.

 

'같이 보러 다니면 되잖아요.'

'아...(그게 아닌데 긁적).'

 

예쁨을 예쁨답게 보는 눈. 고게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며 나는 오늘도 이상형 목록에 한 줄을 추가한다. 주변에서는 나를 더러 '눈 높다' 라며, 까다로운 여자 취급을 하지만 난 남들이 까다로운 부분에서는 아직까지 꽤 관대한 여자인데. 가을. 비가 오지만 그래도 나는 아이스크림.    그래서 아이스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