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유기농마트 오전 세일을 노리면 아줌마들을 제치고 좋은 상품을 획득할 수 있다.
물론 아침잠많은 아줌마들이 아직 자고 있을 이른 오전에 가야한다.
'아침 맑은 정신에' 가 무슨 관용구라도 되는 것처럼.
살면서 숱하게 들어온 '아침 맑은 정신에'
'아침 맑은 정신에 책을 읽어라.'
'아침 맑은 정신에 공부를 해라.'
'아침 맑은 정신에 운동을 해라.'
'아침 맑은 정신에 명상을 해라.'
도대체 살면서 맞이했던 숱한 아침들 중에 과연 정신이 맑았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오늘같이 푹 자고 일어난 날이면 그제서야 나는 아침 맑은 정신에 빨래를 할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미뤄둔 집안일을 할 맘도 생기고. 도저히 맨 정신에는 할 엄두가 나지 않기에.
두서없이 쌓여있는 빨래더미들을 추려내고, 주말에 사놓고 스티로폼 박스째로 넣어놓았던 딸기도 흐르는 물에 곱게 씻어 통에 차곡차곡 넣어놓는 아침. 엄마들이 예쁜 딸에게 살며시 내밀기를 좋아하는 딸기. 그리 살갑지 않은, 다시 말하면 엄청 따뜻하고 다정하고 감성적이지만 그런 것들을 잘 드러내지 않는 나의 어머니가 흐르는 물에 살살 씻어 유리그릇에 곱게 담아 내미는 사랑.
흐르는 물에 딸기를 살살 씻으면서 오늘은 조금 처연한 마음이 일었는데, 바닷 속에 눈을 감고 누워있을 어여쁜 딸들을 생각하며 그네들에게도 딸기 한 접시를 살며시 내미는 어머니가 있었으리라 하는 마음에서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사랑하는 딸에게 바치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향기로운 과일.
몇 달전에, 그러니까 아주 한겨울이었던 것 같은데 엄마가 나에게 택배를 부칠때 아빠가 '서울 있는 딸래미 먹이라'며 손수 사온 키위. 몇 달째 안먹었는데도 아직 땡글땡글해서 아빠의 사랑이 담뿍 느껴진다기 보다는 도대체 농약을 얼마나 친게냐. 과일 갈아 먹는걸 좋아하지 않지만 오늘 아침은 쓸데없는 것들을 해볼 여유도, 이유도 넘치므로 키위와 딸기를 넣고 갈았다. 아쉬운대로 자몽도 여기에 넣고 갈면 되겠지만 나는 올 여름에도 까페 몇군데를 전전하며 하염없이 자몽주스를 마시겠지.
키위에 칼집을 살며시 넣어 반으로 쏙 가르니 촤르르 깨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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