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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2일 : 너바나의 너와나 틀어주세요

 

 

 

결국 어제의 분노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저녁부터 술을 마셨다. 맥주 딱 한잔에 벌겋게 취하는 집안 내력을 알면서도, 술을 이겨 보겠다고 정신없이 들이켰더니 (그래봤자 흑맥주 세 잔, 칵테일 두 잔이긴 하네.) 결국 2차로 간 바에서 왔다갔다하며 줄곧 토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 술먹고 토하는 건 진짜 오랜만인데. 이렇게 못 버틸 정도로 마셔댄 적이 없었는데 벌컥벌컥 마시다가 마시고 먹어댄 역순으로 입에서 꾸엑꾸엑 뱉었다. 집에 가서도 잠 못이루고 변기통을 부여잡고 몇 차례나 토를 하는데, 갑자기 젊은 시절의 아버지 생각이 문득 났다. 젊은 시절의 내 아버지도 술을 늘 못이길 만큼 마시고 괴로워했는데, 그때는 참 아버지가 밉고 미련하다 싶었지만 그렇게까지 술을 마시고 토하며 괴로워한 아버지의 아픔에 대해서는 헤아려본 적이 없구나 싶더라. 따뜻하게 꿀물이라도 한 잔 내밀었으면 좋으련만.

 

아무튼 계속 토를 하다가 탈진해서 털썩. 그 와중에도 출근이 부담돼 알람을 여섯개는 맞춰 두었을거다. 그리고 그대로 잠들었는데 새벽무렵에 일어나니 형광등은 번쩍이고 나도 정신이 번쩍들었으나 다시 취침. 아침 출근길에서도 몇번이나 욕지기가 일어나서 토하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참으면서 출근했다. 아침 출근길에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빈대떡 부치는 건 피곤한 아침을 버티며 출근하는 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쓰린 배를 부여잡고 걷는데 어제 내가 바에 가서 주인에게 친 개드립 레파토리가 몇몇개 떠오른다. '너바나의 너와나 틀어주세요! 좇같은 인생! 와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