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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어두운 의자 안에서

어바웃 타임 :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벌써 '작년'이라고 칭해야 하는구나. (아아 나의 2013년아, 정말 반가웠었고 고마웠었고 내 인생에 머물러주어서 기뻤어. 잘갔니?) 두어달 전부터 곳곳의 영화관에 걸려있었던 꽤 사랑스러운 포스터. '언젠간 봐야지' 가 '꼭 봐야지'는 아니어서, 그냥 저냥 지나가나 싶었는데 다행히 오늘 보게 되었다. 달달한 사랑 영화인줄 알았더만!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여느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나도 '엎질러 버린' 순간에 대해서 수도 없이 '아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하고 바랬다. 하도 바라다보니 '시간을 되돌리는 일'에 대해 많은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써댔는데, 하나는 한번 시간을 되돌리는 대신 자기 목숨의 1초(혹은 1분)를 까먹는거다. 사람들은 그 1초, 혹은 1분은 인생에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본인이 생각하기에 더 중요하고 소중한 순간을 위해서 부던히 시간을 되돌린다. 그리고 그의 수명은 자꾸자꾸 줄어드는데.. 나중에 까먹은 그 시간들이 그 사람의 인생에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순간을 가져올 수 있는 시간이었다, 뭐 이런 설정이지.

 

또 하나의 설정은 시간을 되돌리는 대신 그 순간에 가면 '본인이 시간을 되돌렸다는 사실'을 까먹는거다. 아무 팩트없이 다시 시작하는거라서, 그 사람은 다시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다시 시간을 되돌리려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어쩌면 나'라고 종종 자위하면서 살아왔다. '자! 난 지금 시간을 되돌렸고, 어쩌면 다시 이 순간에 와있는거야. 그러니까 다시 시작하는 순간이니... 열심히 살자.' 뭐 이런거다. 영화랑 아주 조금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네.

 

아무튼 매력적이고, 어쩌면 진부한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로 아주 아름다운 영화가 한 편 탄생했다. 보지는 않았지만 예고편과 영화 소개프로그램을 짜집기 해서 얼추 얼개는 내 머릿속에 있는 <미드나잇 파리>도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와, 그의 진정한 사랑찾기... 뭐 요런 전개였던 것 같은데 말아먹은 걸로 알고있다. 왜 말아먹었는지는 영화를 봐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남자와, 그 능력을 사용해서 필요한 순간 순간 과거로 돌아가 사랑도 찾고 소중한 사람도 지키고... 와. 정말 대충 막 살아도 될 것 같다. 잘못되면 다시 돌아가서 수정하면 그만이니까!

 

 

그러니까 지금을 열심히 살라는거야

 

일단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영원한 삶을 꿈꿀 것 같기도 하다. 영원히 늙지 않는 자신의 아름다운 청년시절로 자꾸자꾸 돌아가서 즐기는거지. 그러나 시간여행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신들이 아름답게 가꾸어 놓은 소중한 것들을 그대로 두기 위해서, 지켜내기 위해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소중한 가치들 사이에서 고민도 하고, 갈등도 하지만 결국은 '현재'라는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을 위해서 과거를 바꾸지 않는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바쁘게 사는 주인공이 '나는 시간여행을 할 필요를 더이상 느끼지 못했다'고 독백하는 부분이 있다. 아름답다.

 

주인공에게 시간 여행 능력이 있음을 알려주었던 아버지가, 주인공에게 더 큰 비밀이라며 영화 말미에 알려주는 인생의 팁.

 

1. 평소처럼 살아라.

2. 똑같은 하루를 두번 살아보아라.

 

주인공은 똑같은 하루를 두번 살면서, 똑같이 전개되는 하루이지만 자신이 마음가짐과 태도만으로 놀랄만큼 다른 하루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시간여행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하루가, 내가 이미 한 번 살아본 하루라면. 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하루라면. 생의 마지막처럼 하루하루 살아가고 사랑할 것. 빤한 교훈이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풀어낸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