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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우리들이 먹방에 열광하는 이유

 

△ 대낮. 아무도 없는 횟집에 들어가 산낙지 두마리를 먹어 치웠다.

 

 

 

먹방이 대세긴 대세인가보다. 아침에 한 인터넷 서점으로부터 '먹방 특집 도서전'을 한다는 메일까지 받고 피식 웃어버렸으니. 잘먹어서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된 윤후, 사랑이는 금세 CF 를 따냈고 CF 속에서 한층 더 복스럽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다. 인기 쇼 프로그램에서도 먹방은 빠지지가 않는다. 고기 한점을 먹기 위해 몸을 날려 싸우며, 바닥에 떨어진 밥풀 한 톨도 낼름 주워먹는 비굴함까지 선보인다.

 

사실 먹방이라는 것이 참 우스운데, 현실에서는 어느 누구도 남의 먹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지 않는다. (너무 맛있게 먹는다면 시선을 잠시 뺏기긴 하겠지만.) 빨리빨리 먹고, 빨리빨리 자리 털고 일어서는 것이 보편화 된 초스피드 한국 사회에서는 내 밥그릇 비우기에도 1분 1초가 아쉽다. 남 그릇 비우는 것까지 헤~ 하고 쳐다볼 여유가 없다. 물론 헤 ~ 하고 쳐다보면 이상한 사람으로 오인받아 신고 들어올 수도 있고.

 

그러나 이 바쁜 생활 속에서, 사람들은 시간을 내어 TV 앞에 앉아 남의 먹는 모습을 넋놓고 쳐다본다. 도대체 왜? 아마 '먹방'의 이중적 속성 때문일게다. 현실 도피형이면서 동시에 현실 밀착형인. 

 

삶이 퍽퍽하고 쪼들릴수록 인간은 일탈을 원한다. 그래서 쉽게 도박,게임,술, 꾸며낸 이야기 등을 탐닉한다. 그것들에 빠져있는 동안은 현실을 잊을 수 있다. 그것들은 자극적이다. 먹방도 같은 맥락이다. 누군가가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내 처지를 잠깐 잊을 수 있다. '얼마나 맛있을까' 를 생각하며, TV 속 먹방 스타를 보며 연신 군침을 삼킨다. 자극적이다. 

 

그러나 도박,게임,술, 드라마 따위는 꼭 후유증이 따라온다. 거기에 빠졌다가 현실로 다시 눈을 돌리면, 새삼 내 현실이 더 빡빡하고 더 퍽퍽하다. 술에 잔뜩 취했다가 일어나 맞이하는 늦은 아침은 불쾌하고 울렁거리며, 드라마의 멋진 러브스토리에 눈물 콧물 다 짜다가 번뜩 정신을 차려보면 눈물 콧물을 다 쏟아내야 할 곳은 TV 앞이 아니라 내 연애다. 새삼 총 천연색으로 눈앞 가까이 다가오는 현실! 그러나 먹방은 어떤가? 저렴하다. TV 속 먹방 스타와 내 삶의 괴리감이 제로다. 먹방을 보고 나면 우리는 지갑을 쥐고 마트로 달려가면 된다. 마트에 가면 윤후가 그렇게 맛있게 쪽쪽 흡입하던 짜파구리도 있고, 사랑이가 달고 사는 콘스프도 있다. 나도 그들과 똑같이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 안도감이 든다.

 

먹는 행위는 생존이다. 먹는 방송은 유희다. 생존이 오락이 되었다. 현실에 안주하면서 동시에 현실을 적당히 일탈하고 싶어하는 현 사회의 인간들이 만들어낸 최고로 적당한 오락거리가 아닐까.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고, 현실에 충실할 수도 없다. 현실과의 괴리를 최소화 하면서, 어떠한 부작용도 없이 안전하게 일탈할 수 있다. 후루룩 짭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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