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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

김점선의 <10cm 예술>_ 점과 선이 만나'면' 내가 사람인 것이 고통스럽다. 이런 걸 맨 처음 느낀 것이 열 살쯤의 일이었다. 이가 썩어서 치과엘 다니면서 그렇게 느꼈다. 신경 죽이는 약 바른 솜을 꽉 깨물고 길을 걷고 있었다. 이빨은 커녕 손도 머리카락도 없는 게 헤엄도 잘 치고 날기도 하고 얼마나 신나게 꽥꽥거리며 잘 살고 있는가? 학교도 안 다니고 숙제도 평생 안해도 되고 치사하게 머리털 자르러 이발소 같은 데도 안 다니고, 오리가 부러웠다. 그때 길가에서 오리를 본 것이 아니었다. 머릿속에서 오리를 생각했을 뿐이었다. 여러 개의 조그만 뼈를 입속에 가득 담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동물은 오리보다도 훨씬 열등한 기분 나쁜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치과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신경 치료를 받으면서, 그 고통 속에서 치과 의자에 파묻혀 있으면서 갑자기 오.. 더보기
김주영의 <멸치>_ 내가 당신을 사랑했던 자리 새가 경계심을 거두고 둥지 근처로 내려앉을 때를 기다리는 외삼촌 곁에서 반듯이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하늘과 땅 사이에 오직 바람만 살아서 윙윙거리는 세상, 어두운 공간과 밝은 공간, 내가 바라볼 수 있는 세상과 바라볼 수 없는 세상, 그 한적한 풍경 속으로 섞여 든 햇살과 바람과 나뭇잎 같은 모든 사물들, 석관의 밑바닥에 수천 년 동안 고여있던 시간, 내 조촐한 삶의 이력으로 터득할 수 있었던 공간과 터득할 수 없었던 공간까지, 그리고 상상력의 한계 너머까지 모든 불가사의한 공간들과 나를 연결시켜 주는 신비한 자력으로 넘실대는 몽환적 분위기를 경험한다. 그래서 평소에는 비어 있어 적막하기만 하였던 가없는 하늘이 어떤 자력의 기운으로 흐물흐물 용해되었다가 가슴속으로 밀려드는 듯한 포만감에 .. 더보기
이우일의 <좋은 여행>_ 그와 함께 떠나는 232페이지 사실은 세사람이다. 언뜻 넘기다가 다시 자세히 보니 한 여인이 책장사이에 찌부라져 있었다. 출판사들이여, 그대들을 먹여살리는 작가의 소중한 작품들이다. 한둘도 아니고 정말 이럴래? 대한민국에 이우일스런 캐릭터는 많지않다. 글과 그림이 어느 한쪽 치우침이 없고, 자기감성에 지나치게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는다. 그의 최고장점은 쉽게 읽힌다는 것. 그 속에 익살스러움이 잔뜩 녹아있다는 것. 그러나 깊이 있다는 것이다. 여태 읽은 책 중 '으하하하하' 하고 자지러지게 소리내 웃은 것도 그의 것이--유일하다. 여행기임에도 사진한장 없다는 것이 메리트가 될 수 있는 이유는, 훨씬 더 호소력있는 그의 그림이 책을 빼곡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진이나 그림이 실린 책을 찍어내는 출판사는 굳이 책 가운데를 꾹 집.. 더보기
김창완 밴드 1집_ TAKE A BUS 이런버스라면 타고싶다  김창완밴드의 1집이 나왔다 지난번 EP앨범 -지난번에도 말한적 있는데, 음악보다 가사를 먼저 탐하게 되는 흔치않은 앨범중 하나이다- 를 참 괜찮게 들은터라 이번 앨범도 망설임없이 구입했다 앨범은 받아든게 밤 11시가 넘어서였는데, 맑은 정신에 찬찬히 가사집을 읽고싶어 부러 뜯지않고 두었다가 비오는 오늘 아침에 물을 한잔마시면서 가사를 읽었다 김창완밴드의 매력은, 전문가를 표방하지않은 전문가밴드라는 점이다 참 수더분하다. 그래서 좋다. 1집 발매기념으로 TAKE A BUS 콘서트를 개최하는데 이런버스라면 교통카드를 예순번 찍고서라도 꼭 한번 타고싶다 (실제로 콘서트티켓의 가격이 6만원이다 낄낄) 내 귀에 가장 좋았던 음악은 1번 트랙인 . '담담하다'라는 사전적 표현을 귀로 느껴보고 싶은 이는 꼭 들어.. 더보기
20주차_Good to Great_최선을 다하기에 위대할 수 있다 ‘Good’과 ‘Great’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 책은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다.’라는 다소 자극적인 화두를 던지며 시작합니다. 좋은 것이 왜 위대한 것의 적일까요? 여태껏 읽어왔던 몇 권의 책에다 이 책의 논지를 더해 내린 저의 결론은, 좋은 것은 ‘최상의 잠재력의 발휘’를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항상 하는 생각중의 하나가 ‘지옥이란 어떤 모습일까?’ 에 관한 것입니다. 어떤 형태의 지옥이 인간에게 가장 뜨거운 고통을 맛보게 할 수 있을까요? 저는 한 인간이 죽어서 자신의 모습을 반추하게 될 때 ‘자기 안에 잠재되어 있던 모든 능력을 끌어낸, 최상의 자기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끔찍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어떠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의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