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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어떤 낱말들의 모임

이우일의 <좋은 여행>_ 그와 함께 떠나는 232페이지

사실은 세사람이다. 언뜻 넘기다가 다시 자세히 보니 한 여인이 책장사이에 찌부라져 있었다.
출판사들이여, 그대들을 먹여살리는 작가의 소중한 작품들이다. 한둘도 아니고 정말 이럴래?


대한민국에 이우일스런 캐릭터는 많지않다. 글과 그림이 어느 한쪽 치우침이 없고, 자기감성에 지나치게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는다. 그의 최고장점은 쉽게 읽힌다는 것. 그 속에 익살스러움이 잔뜩 녹아있다는 것. 그러나 깊이 있다는 것이다. 여태 읽은 책 중 '으하하하하' 하고 자지러지게 소리내 웃은 것도 그의 것이-<옥수수빵 파랑>-유일하다.

여행기임에도 사진한장 없다는 것이 메리트가 될 수 있는 이유는, 훨씬 더 호소력있는 그의 그림이 책을 빼곡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진이나 그림이 실린 책을 찍어내는 출판사는 굳이 책 가운데를 꾹 집는 제본방식을 고수해야하는지 생각 좀 해보길 바란다. 제발. 작가의 작품을 망치는 일 일뿐아니라, 독자입장에서도 일일이 책의 가랑이를 180도 쫙쫙 찢는 일은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심적고통까지 수반하는 일이다. 특히, 나 같이 책의 한귀퉁이만 접혀도 호들갑을 떠는 성미의 독자라면 그 고통이 오죽하겠는가. 난 예-쁘게, 아무쪼록 형태보존해가며 예-쁘게 보고싶다.) 그의 그림은 그의 글과 참 많이 닮았다. 언뜻 보면, 붓가는대로 쓱쓱 그린듯 싶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림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꽤 섬세한 그의 관찰력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될 터. 느낌있는-요새는 '엣지있다'라고 표현하더라-글과 그림. 이우일은 언제나 만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