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_')()()()/머리

생존을 위한 노동

 

 

△ 예뻐라.

 

 

지금 다니는 회사의 전임자는 회사를 그만두고 농사를 지으러 갔다. 지리산 산골 어디에서 자그마한 밭을 일구며 산다. 생각에 생각을 덧대 이리저리 괴롭다가 문득 '아 나도 농사나 지으러 갈까.' 하는 마음이 절로 인다. 물론 농사를 쉽게 보아서 그런 것은 아니고, 아주 어릴 때 부터 느리게 사는 삶에 관심이 많아 종종 이런 생각을 가까운 이들에게 말하곤 했었다. 반응은 크게 두 가지지 뭐. "야, 농사가 그렇게 쉬운 줄 아냐?" (지극히 현실형) "너라면 어울릴 것 같은데?" (지극히 긍정적인 형이거나 사실 남의 일에 큰 관심은 없는 형)

 

무엇을 새로 시작할 수 없는 나이는 아니지만, 더이상 미루기엔 애매해 재빨리 시작해야할 것만 같은 나이. 어영부영 한 것은 아닌데 아둥바둥 살다보니 나도 슬슬 그때가 가까워 옴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삶의 고삐를 바투 쥐고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할 시기인 듯도 하고, 오히려 잠깐이라도 내려놓고 시간의 흐름에 나를 맡겨봄직도 하다.

 

'돈을 위해 삶을 희생하지 말라.' 라는 말은 맞는 말이기도 하고 좋은 말이기도 하다. 그래. 최종적으로는 추구해야할 노동의 자세겠지만, 어쨌든 지금 나의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그나마의 자세는 '얼마간의 돈을 위해 얼마간의 삶만 희생해보겠습니다' 정도 아닐까. 하고 싶은 일과 먹고 살수 있는 일 사이에서는 늘 뜨거운 욕구불만 상태.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시작)을 하면서도, 노동이 삶의 꽤 일정한 몫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리고, 그러면 나는 또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든다. 내가 찾는 삶은 아주 고매했던 듯 포장하면서 '이게 정말 네가 원하는 삶이야?' 라고.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음. 엄밀히 말하면 '생겼다'기 보다는 '생각났다'.

그런데 이걸 가로막는 이유가 아주 우습다. 이 일을 하려면-운이 좋아 하게 된다면-주말을 노동해야하는데,

주말마다 잡힌 친구들 결혼식이 내 발목을 잡는다. 한달전에 분초를 다퉈가며 예매해놓은 콘서트도 나머지 발목을 잡는다.

 

이 정도 일에 발목을 잡히는 일이면 꼭 해야하는 일인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내가 나를 속이고 있는건가. 웃는다. (농사는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