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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슬프고 아픈 얘기는 우리 이제 그만하기로 해요

 

△ 달콤하지만 잔인해. 올 겨울 첫 붕어빵.

 

 

 

언젠가 '일주일이 어떻게 7일이 아니고 8일이 될 수 있어?' 하고 소스라치게 의문을 품었었노라고 끄적인 적이 있다. 시간의 눈속임. 하염없이 흘러가는 날들을 달력에, 다이어리에, 예쁘게 꽂아두면 마치 한 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 마치 똑같은 시간이 오는 것처럼, 다시 잘 해볼 수 있을 것처럼,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은 것처럼 기쁘게 기쁘게.

 

단 하루도 똑같은 날들이 없었는데 어찌됐든 괜히 아침부터 '시월의 마지막 날이네.' 라고 간밤 내린 비로 축축하게 젖은 아스팔트 위를 걷는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추억하기 위해서 시간을 이렇게 예쁘게 꽂아둔다. 작년 시월에 네다섯번은 넘게 불렀던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귓가에 감도는 하루. 독자 만남 행사가 있어 우쿨렐레를 연습했었고, 연습한 김에 여기도 쓰고 저기도 쓴다며 이 곳에서도 치고 저 곳에서도 치고 그러다보니 원래 그리 좋아하는 노래도 아니었는데 뭔가 귀에 딱지가 앉은 느낌이라 싫었던 기억이 진하다.

 

그 때로부터 벌써 1년이 갔구나. 괜히 의미부여를 하는 느낌이지만, 여기저기서 10월 하면 유독 촉촉해지는지 -게다가 비까지 오구- 나를 찾는 이들이 몇몇 있다. 감사하다. 그러고보니 시월을 그리 좋아한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시월에 얽힌 기억이 유년부터 머릿 속에 꽤 차곡거린다.

 

* 국민학생 때 : '십월'이라 읽었더니 '시월'이라 읽는다며 고쳐주던 선생님. (연이어 떠오르는 국민학생 '읽기'의 기억.  '6ㆍ25'를 읽을줄 몰라 아물아물하던 어떤 아이가 생각난다. '육...쩜 이오?' 선생님이 '육이오'라고 바로 알려주었다.)

* 대학생 때 : <막돼먹은 영애씨>를 시즌 1부터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볼만큼 대단한 시청자였는데, 시즌 몇 회였던가. 영애씨가 남자한테 구구절절하게 또 차이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아니면 또 어떤 서글픈 일이었던가. 아무튼 그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촥 깔리는데, 영애씨에 대한 측은지심 때문인지 그 노래가 참 서럽고 서럽더라. 그 노래를 몇 년뒤 시월에 주구장창 악기까지 뜯어가며 불러댈 줄이야.

* 그 뒤로 쭉 3년, 혹은 앞으로도 : 시월 삼일 너의 생일.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로 챙겨주지 못한 너의 생일과 그 이듬해도 역시 함께하지 못한 너의 생일과 함께할 이유가 없어져버린 너의 생일. 개천절보다는 너의 생일. 너의 생일에는 늘 죄책감이 꼬리처럼 따라붙겠지.

* 오늘 : 마산 땅콩 카라멜 공장이 사실은 마산이 아니라 우리 집 근처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월의 마지막날에 마산 땅콩 카라멜 소재지를 알게 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