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가게일까. 지나치면서 늘 고민하게 된다.
슬쩍 구운 빵 위에 녹아드는 치즈처럼 축축 처지는 월요일 아침. 늘 그렇듯 바깥은 내 예상을 비껴나 조금 더 춥거나, 조금 더 따뜻하다. 피곤함에 얼굴을 감싸쥐고 한 손으로 이어폰을 꺼내서 꼬인 줄을 한번 털어내고 세상으로 내딛는 발걸음. 훅!
'일상을 이상으로'
내 안에 넘쳐나는 감수성과 발랄함을 주체할 수 없던 시절, 내 인생의 캐치프레이즈는 '일상을 이상으로' 였다. 얼마나 근사한가. 너네들이 *뺑이 치는 일상을 나는 근사하게 살거야. 난 너희와 달라.
'하아' 출근길에 깊은 한숨을 쉴 수 밖에 없던 이유는 듣고 있던 노랫말이 너무나 쿡쿡 와닿아서이다. 짓눌려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이 사실은 나의 일생이지 않겠느냐고. 일상을 늘 이상으로 바꿀 궁리만 하던 내가, 일상은 사실 일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리고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릴 수 밖에 없을 때, 사실은 나의 일상이 나의 일생임을 출근길 한복판에서 절감할 수 밖에 없을 때.
넌 왜 내 집에 와서 디스냐
우중충한 기분으로 출근을 해서 오랜만에 블로그를 열었더니 왠 놈의 악플이냐. 만두집 위생상태가 불량이라고 적어놓은 글에 '가라는거야 말라는거야 다들 맛집이라는데 왜 혼자 디스하고 지랄이야 개헐' 라는 댓글을 두개나 정성스럽게 달아놓으셨다. 씨부럴새끼가... 라는 욕지거리가 올라오다가 댓글 적힌 시간을 보니 새벽 두시다. 이 영혼 가엾구나. 새벽 두시에 하필 만두가 땡겨 만두집을 검색하다가 좋아하는 만두집 디스에 화가 났구나.
얘야, 만두는 니 꼴릴때 아무집에 가서 먹으면 된단다. 남들이 맛집이네 아니네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단다. 니 입에 맞으면 맛집이고 아니면 땡인거란다.
누나는 일상이 일생으로 치환되는 이 시점에서 되게 슬프고 피곤하니, 더이상 여기에 오지 말거라. 다들 여기 맛집이라고 하는데 너야말로 왠 디스냐.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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