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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블로그 광고

블로그가 훌륭한 광고 수단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 되었습니다.

대놓고 '날 봐줘, 날 사줘, 날 가져줘' 하는 매체들의 애원에 이미 사람들은 지칠대로 지쳤으니

좀 더 교묘하고 세련된 방법이 필요했던거죠.

 

대놓고 나를 쫓아다니며 '밥 한번 먹어요, 차 한잔 해요' 라는 이성보다

있는듯 없는듯 하다가 가끔 내 곁에서 말없이 커피 한 잔 내미는 손길이 그렇게 감동적인 것처럼 말예요.

 

빡빡하고 건조한,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보이기 힘든 '오프라인' 에서 잠시 로그아웃하고 '온라인'에 로그인 해 위로와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때가 있습니다. 블로그가 그 따듯한 구심점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구요. 사람들이 모든 경계를 내려놓고, 자신의 날 것 그대로를 쉽게 내보이는 그 말랑하고 따듯한 공간을 광고가 그냥 지나칠리 없겠지요. 좀 더 부드럽게, 좀 더 친근하게, 마치 나의 얘기인 것처럼 조곤조곤 내 귓가에 속삭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이게 고민인거죠? 나를 가지세요. 모든게 다 좋아질꺼예요.'

 

거의 대부분의 블로그에서 광고 배너 한 두개쯤은 비치하고 있습니다. 파워 블로그라고 들어가보면 기업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서비스받고 있습니다. 기업으로부터 협찬받은 생수로 요리를 합니다. 요리 중간중간에 끊임없이 그 생수 브랜드명을 넣어줍니다. 광고로부터 도망쳐왔는데, 결국 우리는 알게 모르게 또 광고에 노출됩니다. 생수를 사러갔는데, 나도 모르게 그 브랜드의 생수를 집습니다. 하 거참.

 

'가장 좋은 광고는 광고를 하지 않는 것이다' 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루에 수백, 수천개의 브랜드가 탄생되고 있는데 광고를 하지 않는다니, 소비자가 수천개의 브랜드 중에서 우연히 나의 것을 선택해주기를 바라는 일은 정말 말도 되지 않는 사실이지요.

 

어쨌든, 저는 아쉽습니다. 블로그나 개인 홈페이지가 따듯했던 이유는 진솔하고 소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광고 배너 한 두개 비치한다고, 브랜드명 좀 언급한다고 그 개인의 따뜻함과 진솔함이 퇴색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만, 결국 차갑고 각박한 현실에서 겨우 한숨돌리고 싶은 그곳에서도 여전히 우리는 나도 모르게 게임의 참여자가 되어 지갑을 열 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다시 확인 받는 기분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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