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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어두운 의자 안에서

노덕의 <연애의 온도>_ 오르락 내리락 하다 하루해가 집니다

 

집에서 영화보는 것을 싫어한다. 나는 굿 다운로더! 를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영화라는 매개 자체가 '큰 화면'으로 봐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화면에 빨려들어갈 듯 앞자리에 앉아서 봐야 영화를 진정으로 봤다고 믿는 사람이다. 목은 좀 아플지라도. 

 

감기기운에 몸은 일찍 자리에 눕고 싶어했는데, 몸을 혹사시켜 굳이 책상 위에 있는 노트북을 아래로 내리고 전선을 다 새로꽂고 누워서 보기에 최적화 상태로 만들어놓고 두 영화 중에 고민하다 <연애의 온도>를 선택. 언젠가 한번은 보고 싶었는데. 

 

정말 재미있게 잘 봤다. 아픈 것도 잊을 정도로 자그마한 노트북 모니터에 얼굴을 딱 붙이고는. 예전에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연애할 때가 많이 생각나더라. 김민희 입에서 '우리 서로 참 잘했다. 열심히 했다' 하는데, 열심히 했다는 그 말이 왜 이렇게 오래 남는지. 나도 참 열심히 했었고, 잘 해보려고 노력했었는데. '그만하자' 라는 말만 서로 부지런히 입에 담다가 마지막으로 '헤어지자'라고 말했을 때, 당신은 '이번엔 진짜야?'라고 물었었던게 생각이 나네. 아무튼 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나면, 정말로 구질구질한 것들은 기억이 안나고 왜 헤어졌는지도 기억이 안나고 연애 상태의 그 기분좋은 두근거림만 어렴풋이 남아서 '아 나도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과 말을 하게 되는 것이란 말이지. 나도 정말 이제 연애할 때 됐는데. 버스타고 그 사람 만나러 가면서, 심장이 터져버리는 건 아닐까 진짜로 걱정됐던 그날의 떨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