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동네 파스타집, 콰이민스 테이블에서.
'먹는' 행위에 그리 열광하지는 않는다. 대식가도 아니고, 미식가도 아니다. 그렇지만 '음식' 자체에는 참 관심과 애정이 많은 편이다.
식당이나 까페에 가면 대부분의 여자들이 꼭 하는 행동 중의 하나. 마치 어떤 의식처럼, 간혹 눈치없는 친구가 먼저 포크를 댈라치면 "야야! 잠깐만! 사진 좀 찍고!" 나도 그들 중의 하나지만, 모든 여자들이 음식 앞에서 셔터를 눌러대고 있으니 그 모습이 썩 달갑지만은 않다. 이건 뭐 종족본능인가? 싶기도 하고, 그리 편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할 경우에는 눈치보여 선뜻 셔터를 들이밀기 쑥스럽다. 상대의 스푼이 음식에 닿는걸 보면서 조용히 속으로 절규하곤 한다. "으악!"
왜 그럴까? 정확히 말하자면 '왜 여자들은 음식 사진을 그렇게나 찍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주변의 여자들, 남자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일단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러한 댓글들이 나온다.
* 나는 이런 음식 먹는다는 과시욕이지.
* 그냥 싸이월드에 음식 사진빼고 채울꺼 없으니까 그러는거 아닌가?
* 딴 애들 다하니까 그냥 따라하는 듯.
* 먹는거 좋아하겠지 이유있나요.
그리고 주변의 남자들에게 물어보았다.
"여자들이 음식 먹기 전에 사진 찍는거 이해 안되지?"
"엉"
그리고 주변의 여자들.
"배고플 때 보려고."
(나도 너무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 때 사진보면서 그 허기를 달래는데, 여자들은 참 비슷하구나.)
그리고 나.
나는 음식 사진을 왜 찍지?
음, 추억의 매개체니까.
운 좋게도 음식 솜씨 좋은 어머니를 만나서 음식에 대한 추억이 많다. 그래서 유독 음식만화라던가, 음식을 다룬 소설에 집착해온 것일수도 있겠다. 소풍날 새벽 일찍 눈을 딱 떴을 때, 코 끝을 간질이던 새콤한 밥 냄새. 계란 지단 넉넉하게 부쳐서 그 위에 빨간 케찹으로 하트가 그려진 오무라이스. 감자와 당근을 큼직하게 썰어 끓여낸 카레라이스. 빈 속에 맛보느라 속쓰리던 갓 버무린 김치. 혀 끝에 아삭하게 씹히는 짭쪼롬한 연근 조림. 숟가락 끝에서 설컹거리는 묘한 느낌이 싫지만은 않은 선지. (난 선지국 매니아다!) 한 냄비씩 푸지게 끓여주시던, 내가 세상에서 제일 제일 좋아하는 떡볶이.
그 음식만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둔다기 보다는 그 음식을 만들어준 사람, 같이 먹었던 사람들, 그 날의 분위기, 어떤 사건들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사진 한 장에 그 때의 모든 순간이 맛과 향으로 고스란히 저장된다. 한 번씩 이유없이 무기력하다가도 집에 갔다오면, 별 차린 반찬없이도 힘이 불끈 나는 이유. 내가 음식 사진을 계속 찍게 되는 이유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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